환한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하여, 여전히 사회적 거리를 굳건히 지키며 방구석에 앉아 원고를 쓴다. 어릴 적 명절마다 고대했던 과자종합선물세트처럼, 지난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9부작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공개되었다. 각각 사연 있는 채무자 456명이 456억 원의 어마어마한 상금을 목표로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한다. 그 게임이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설탕뽑기’ ‘구슬치기’ 등 원작자를 확인할 수 없는 각종 놀이다.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는 ‘오징어게임’은 설마 했는데, 우리 동네에선 ‘오징어달구지’로 불리던 놀이다. 부상자가 속출할 만큼, 꽤나 거친 몸싸움이 이어지는 놀이였다. 우리는 아주 터프한 어린이들이었다.
나처럼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일본 만화 ‘도박묵시룩 카이지’ ‘신이 말하는 대로’ 같은 작품과 유사성을 거론하며 열심히 폄하하기도 했지만, 9부작을 멈추지 않고 주행할 만큼 강력한 몰입도를 보장하는 드라마다. 가장 숨죽이며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던 게임은, 뜻밖에도 격렬한 몸싸움이 아니라 달고나 또는 똥과자라 부르던 ‘설탕뽑기’다. 둥글납작한 설탕과자 가운데 찍힌 도형을 바늘에 침 발라가며 깨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도려내면 성공하는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성공하면 설탕과자 하나를 부상으로 받는다. 허나 극 중에선 도형이 깨지는 순간 총성이 울리며 즉결처분된다. 피 튀기는 살육 현장 속에서 제한시간 내 설탕뽑기를 하라니, 감독 양반,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오! 크게 항의하고 싶었다.
‘오징어게임’은 21일 기준, 미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석권, BTS의 빌보드 석권에 이은 쾌거다. 문득, 오징어게임을 올림픽 종목으로 강력히 추진해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꽤 진지하게 들었다. 태극마크를 단 ‘국대’들이 종주국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조속한 시즌2 제작을 요청한다. 말뚝박기 얼음땡 술래잡기 팽이치기 등 아직 못 다룬 게임이 무궁무진하다. 어린 시절 골목 어귀에서, 학교운동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뛰놀던 전우들이 생각난다. 엄마, 아빠가 되었거나, 이혼했거나, 아직 혼인하지 않은 이도 있을 테다. 다들 각자 자리에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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