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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 럭뱅잉 |
■ 박가언-북·동유럽, 중남미
- ‘국가대표 골키퍼’ 감독의 버디 액션물 ‘캅 시크릿’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은 동유럽에선 그나마 촬영이 가능해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배드 럭뱅잉(라두 주데/루마니아)은 교사 에미가 남편과의 합의 하에 찍은 섹스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한 뒤 겪는 일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비디오가 학생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까지 다 알게되고 에미는 이 비난과 치욕스러움에 맞서 고군분투한다. 눈을 의심케 하는 도발적인 도입부와 소재가 관심을 끄는 데다 그림사전 처럼 몽타쥬 기법을 활용한 영상문법도 재기발랄하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요아킴 트리에/노르웨이)는 여자주인공이 자신의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직업을 계속 바꾸는 이야기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고 있는 방식도 감각적이다. ★캅 시크릿(한네스 소스 할도르손/아이슬란드)은 감독이 현 아이슬란드 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로 더 주목을 받았다. 형사 버디물로 액션 장면도 통쾌하게 잘 찍은 데다 젠더관련 스테레오 타입도 깨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대형 축구씬을 연출하는 감각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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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성 |
■ 남동철-일본, 서아시아
- 베를린·칸 사로잡은 日 차세대 대표감독 만날 기회
올해는 일본 영화 9편, 서아시아 8편을 선정했다. 아무래도 이번 비프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빼고는 이야기가 어렵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으로 심사위원 대상인 은곰상을 받고 같은해 칸영화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각본상을 받으며 일약 일본의 차세대 대표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추천작으로는 이란영화 2편 ★감독은 부재중(아르반드 다쉬타라이)과 ★소행성(메흐디 호세인반드 아알리푸르)를 선택했다. 감독은 부재중은 감독이 해외에 있으면서 화상으로 연출하는 이야기다. 커트를 나누지 않고 촬영해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 형식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소행성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을 가난한 소년의 삶을 담고 있다.
★도쿄 리벤저스(하나부사 츠토무)는 동명 만화가 TV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졌고 이를 극영화로도 제작했다. 학원물의 재미와 소년의 영웅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구사노 쇼고)도 원작이 웹소설로 고교생 준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 준에게 호감을 가진 여학생이 사실은 준이 게이임을 알게 되고 둘은 새로운 차원의 우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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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
■ 박성호-동남아시아
-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출품 행렬… 역대 최다 기록
역대 최대 출품작으로 행복한 고민이 너무 컸다. 단편은 보통 1000편이 오는데 올해는 1200편 넘게 와서 그 중 10개를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작품이 많았다. ★맛(레 바오/베트남)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신인감독의 첫 장편이다. 베트남에 오게 된 아프리카 인 축구 선수 이야기로 다리에 부상을 입고 팀에서 방출된다. 하지만 고향의 처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 현지 노동자 여성 3명과 같이 지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초현실적이다. 마치 원초적 공동체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영상미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 본 영화 중 긍정적 측면에서 가장 시각적 충격을 준 영화다. ★기억의 땅(킴 퀴부이/베트남)은 여성 감독이 그리는 여성의 삶에 대한 고찰로 채워진다. 한 어머니가 자신은 죽었지만 그녀의 의식은 아들에 대한 걱정뿐이다. 그럼에도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 비용을 아끼려고 고심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함께 남편을 잃은 젊은 부인이 남편의 장례를 치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녀의 진심을 의심하지만 죽은이를 추모하는 이들은 다 여자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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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어 |
■ 강소원-다큐멘터리
- 부마항쟁·한국전 희생자 … 사회·역사 다룬 韓 다큐
아시아에선 중화권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다. 아주 사적이고 소소한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에선 신인감독 비중이 높았다. 또 한국다큐멘터리의 주제가 사회·역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많았다. 부마항쟁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증언을 담은 ★10월의 이름들(이동윤/한국)이나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민간인 유해 공동발굴단 이야기인 ★206 사라지지 않는(허철녕/한국)등도 그랬다. 아시아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선 ★야생토마토의 맛(라우 켁 후앗/대만)을 추천한다. 본토 외성인들의 차별과 중국 국민당의 폭압에 맞서 일으킨 민중봉기가 대량학살로 끝난 2·28 사건을 다시 조명한다. 가장 큰 희생을 치른 가오슝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내고 생존자와 자손을 위로한다. 재기발랄한 재미로는 ★모어(이일하/한국)가 제격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드랙쇼를 하는 드랙퀸 모어에 대한 이야기로 인물의 매력이 큰데다 뮤지컬 같은 시퀀스와 스펙타클함이 인상적이다. 힐링 무비로는 ★시인들의 창(김진한/한국)을 추천한다. 강원도의 집필실에서 한 문인이 글을 쓰는 것을 관찰하는 내용인데 계절의 아름다움이 위로가 된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