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亞 중견·신인감독 작품 34편 소개
- 중견감독 최우수 2편 지석상 수여
아시아 중견감독과 신인감독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34편을 소개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중견감독의 신작 7편 가운데 최우수작 2편에는 지석상도 수여한다. 지석상은 아시아영화의 성장과 지원에 헌신해 온 고(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뜻을 기억하기 위해 2017년에 만들었다.
★24(로이스톤 탄/싱가포르·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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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한참 두 남자의 정사가 이뤄지는 어느 침실. 느닷없이 음향기사가 등장한다. 그는 싱가포르의 실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청명한 날씨의 정적인 낮과 밤 사이엔 각종 상상을 자극하는 소리들이 섞여 있다. 그의 행위는 지난 수천 년간 이어온 문명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한편으로 그가 기록하는 오늘은 이름 모를 과거의 많은 기여자가 남긴 선물의 합이다.
★흥정(왕기/중국)
여행사를 운영하는 리우는 이윤이 나지 않는 회사를 빨리 팔아치우고 싶다. 어느 날, 입사한 직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그의 가족과 온 마을의 친척들이 리우에게 몰려와 합의금을 요구한다. 한편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리우의 전처 타오징은 결혼을 미루는 애인과 그의 사춘기 딸 때문에 골치를 썩고, 내세울 스펙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아들 이판은 우연히 불법 자동차 운행을 하는 무리와 어울리게 된다. 현대 중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자본주의의 물결에 떠밀려 고군분투하는, 흩어진 가족의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
★젠산 펀치(브리얀테 멘도자/필리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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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산 펀치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츠야마 나오는 프로 권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일본권투협회에서는 의족을 달고 있는 그에게 정식 선수자격증을 발급하는 걸 곤란해한다.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연고도 없는 필리핀까지 가서 국제선수자격증을 따오는 것.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필리핀 변두리에서 허름한 복싱클럽 원장을 하는 루디를 만나고,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모두 절박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떠도는 남자(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미국·인도·호주·방글라데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2020 선정작. 2019년, 시드니의 공원묘지에서 한 남자가 사라진다. 나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여자친구 캐시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췄다. 2년 전, 막 뉴욕에 도착한 나빈은 레스토랑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캐시를 만난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빈의 거짓말도 대담해진다. 나빈 혹은 사미르라고 불렸던 남자는 이름, 국적, 종교, 가족과 과거까지 무엇 하나 진실을 말할 수 없다.
★레이피스트(아파르나 센/인도)
사형제 반대론자인 부부가 겪는 딜레마를 통해 인도의 젠더, 계급, 제도적 모순에 질문을 던진다. 범죄심리학과 교수 나이나는 가정폭력 및 영아살해 사건에 휘말린 미화원의 딸을 돕기 위해 빈민촌에 갔다가 성폭력을 당한다. 함께 갔던 동료는 죽고 겨우 생존한 나이나는 편견과 싸우며 강간 살인범이 사형선고를 받도록 증언한다. 이후, 나이나는 임신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강변의 무코리타(오기가미 나오코/일본)
작은 어촌 마을에 다케시라는 이름의 청년이 도착한다. 오징어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고 오래된 공동주택에 입주도 한다. 다케시의 무료한 일상은 이웃 남자 고조의 방문으로 흔들린다. 목욕을 하겠다며 다짜고짜 다케시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다케시는 마지 못해 고조의 이웃으로 사는 법을 익히지만, 이번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그의 일상을 뒤흔든다. 풀벌레 소리같은 일상 속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수흐라의 아들들(일가 나자프/아제르바이잔·프랑스·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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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흐라의 아들들 |
2차 세계대전 무렵 공산주의 치하 집단농장의 삶을 소재로 한다. 마을 집단농장의 책임자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자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식량은 그의 재량에 달렸고,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눈치를 본다. 권력자의 추파를 견뎌야 했던 수흐라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영화는 그중 둘째 아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어린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무서운 형상을 흑백의 화면에 담담하게 담았다.
# 코로나 시대 싱글맘 등 보통 사람들의 분투기
- 존재·시간 본질 담은 작품부터
- 워킹맘·사춘기 딸의 삶도 만나
★시간의 세례(짜끄라완 닌탐롱/태국·프랑스·싱가포르·네덜란드)
고통, 존재, 시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 1960년대 젊은 날의 맴은 두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는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결국 냉혈하고 야심찬 군 장교와 결혼하게 되는 그녀. 시간이 흐른 지금 서슬 퍼렇던 남편은 온종일 침상에 누워 누군가의 간호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본인도 늙고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맴은 남편 곁을 지킨다.
★흰 암소의 발라드(베타쉬 사나에에하, 마리암 모그하담/이란·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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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암소의 발라드 |
남편이 사형을 당한다. 아내는 남편의 죽음이 억울하다 하소연하고, 법원도 실수로 사행이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것도 신의 뜻이 아니겠는가?” 법원의 태도에 낙담한 여자 앞에 뜻밖의 방문자가 등장한다. 죽은 남편의 친구라고 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돈이 없어 집에서 쫓겨나게 생긴 여자에게 빈집을 내놓기까지 한다. 남자는 과연 어떤 이유로 이 여자를 돕는 것일까?
★폭포(청몽홍/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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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 |
싱글 워킹맘 핀웬은 사춘기의 딸 샤오징과 함께 사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회사 사정의 악화로 월급이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은 날 핀웬은 회의 도중 샤오징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샤오징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핀웬은 회사의 권유로 샤오징과 집에 머물게 된다. 원래 사이 좋은 모녀는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샤오징의 적대감이 지나치게 심해지고 이상행동이 계속된다. 코로나 시대 평범한 개인들이 처하게 되는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위기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이를 극복해 가는 두 모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후다의 미용실(하니 아부-아사드/팔레스타인·이집트·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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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다의 미용실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치열한 정보 전쟁에 이용당한 여자들의 생존 투쟁. 나디아는 머리를 자르러 후다의 미용실에 들렀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는다. 후다는 나다아에게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끄나풀이 되라는 협박을 한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집에 돌아온 나디아는 후다가 팔레스타인 레지스탕스에게 체포됐단 소식을 접한다. 후다의 미용실에 자신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협력자임을 증명하는 사진이 있기에 나디아는 안절부절못한다. 두 여자는 적대하는 두 조직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