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이런 시국이니만큼 더욱 몸과 마음을 지키려고 틈나는 대로 산책을 강행한다. 정들었던 가게들이 텅 빈 채 임대 딱지를 붙인 모습을 산책길에 마주치면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 와중에 야심 차게 새로 시작하는 가게들 역시 짠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경성대·부경대 인근 지역. 흔히 경대 앞이라 부르던 이곳 대학가 역시 마찬가지다. 경대 앞이 특별했던 이유는, 사막이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듯, 곳곳에 작은 문화공간이 숨어있기 때문이었다.
지역 뮤지션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무대였던 라이브클럽과 라이브 펍들은, 하루가 멀다고 새로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대학가 구석 지하에서 오래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문화공간 사장들은 원래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코로나 시국에도 별 영향 없는 편이라고 자조 섞인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공간을 지키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나 다를 바 없으니,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해왔다.
1992년 부산대 앞에 오픈한 부산 최초 재즈 바 몽크는 1999년 경대 앞으로 이전해 운영해오다 결국 몇 달 전 문을 닫았다. 나 역시 사회적 거리를 지키느라 방문한 지 오래돼 문을 닫은 줄도 몰랐다. “몽크가 없어지면 그나마 부산에 남아있는 재즈 연주자들이 맘 놓고 연주할 곳이 사라진다. 몽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부산 재즈 성지다”라던 어느 재즈 연주자의 취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부경대 맞은편, 번화가와 떨어진 깊숙한 지하에 있던 일렉트로니카 클럽 15피트 언더도 문을 닫았다. 부산에서, 전국에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DJ들이 찾아와 다양한 소리를 펼친 공간이다. 화폐가 부족한 학생·음악가는 양주 대신 막걸리를 시켜 나눠 마시며 음악을 즐긴 곳이다. 부산 청년문화의 성지, 경대를 지키려 젊은 친구들이 ‘힙’을 합쳐 만든 ‘노드’ 역시 휴업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주 다양한 장르, 새로운 공연을 유치한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도 라이브 공연을 멈춘 지 오래다. 10월 말부터 다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라 한다. 사람이 모여야 의미가 생기는 라이브 무대는 ‘집합금지’로 기약 없이 멈춰버렸다. K-POP과 K -드라마로 주목받는 지금도 동네 작은 문화공간은 사라진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