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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 동행 <22> 부산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침묵의 소리’ 보도 개선 운동

“국민 25% 평생 한 번은 정신질환 경험… 잠재적 범죄자 낙인 안 돼”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9-28 19:22:0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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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창립해 회원 100여 명
- 누구나 겪는 보편적 질환인데
- 언론 속 모습은 왜곡·편견 가득

- 범죄율 일반인의 1/10 임에도
- 인격장애와 혼용돼 위험 부각
- 우리사회 무지가 인신공격 양산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송국클럽하우스에 부산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침묵의 소리’(www.busanpeers.com) 박성근 회장(아미정신건강센터 동료지원가), 정영환 부회장(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 옥진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BK21 사업단 박사 과정 연구자가 모였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사회 생활을 돕고 인식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이들은 얼마 전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제정해 공표한 주역이다. ‘정신장애를 앓은 경험이 있거나 현재 회복 중인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어떤 문제의식·목마름·바람이 있기에 “정신장애와 관련해 언론이 보도할 때 조금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미디어 운동에 나선 걸까? 그 사정과 과정을 들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 침묵의 소리 정영환 부회장과 박성근 회장, 옥진(사진 왼쪽부터) 씨가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 편견을 줄이고 싶다

먼저, 박성근 회장과 정영환 부회장에게 ‘침묵의 소리’에 관한 설명부터 부탁했다. “정신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게 우리 단체 슬로건입니다.” 우리는 ‘정신장애인 동료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당사자주의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협력하고 연대한다는 이 모임의 비전에서 알 수 있듯, 침묵의 소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축이며 전문가가 결합한다. 2008년 송국클럽하우스가 진행한 ‘정신장애인 리더십 트레이닝 교육사업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시작으로 2018년 11월 창립총회를 열었고 2020년 1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회원은 100여 명이다.

왜 ‘침묵의 소리’일까?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처럼.”(박성근 회장) “우울하지 않게, 행복하게 살려면 스스로 나서야 하니까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침묵하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 목소리로 말하겠다는 뜻도 있습니다.”(정영환 부회장) 자기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던 태도를 접고, 당당히 ‘나는 당사자입니다, 경험전문가입니다’라고 밝히며 활동하는 회원은 늘고 있다.

연구자인 옥진 씨 설명이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 DB를 보면 연간 진료받은 국내 정신질환자 수는 약 316만 명(전 국민 6.1%)입니다. 2019년 국민정신건강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는 1년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이 조사 대상 62.2%(고위험군 20.4%)였고요. 2016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 평생 정신질환을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인 유병률이 25.4%(국민 4명 중 1명)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질환은 나, 가족, 친구, 이웃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정도·종류 등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특수한 소수의 특별한 일로 봐선 이 문제의 핵심 자체에 다가갈 수 없는 셈이다.

■ 스스로 나섰다

편견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영환 부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미디어에 비친 정신장애인은 왜곡된 경우가 많아요. 제가 지난 10년간 접한 분들을 떠올리면, 중후하고 베풀 줄 알고 유튜브를 하고 미술대회에 나가 ‘일반인’과 겨뤄 상을 타고, 직장에서 우수사원 표창을 받고, 잘 사는 분이 많거든요.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저도 강연 등을 하게 되면 청중에게 묻습니다. ‘여러분 제가 무서워 보입니까’라고(웃음). 저는 법을 어긴 적이 없고 조카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삼촌입니다.”

동료지원가는 2020년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을 거쳐 선발한 ‘경험전문가’로 동료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사회생활을 돕는 일을 한다. 현재 전국에 270명 있고 부산에는 5명이 활동 중이다. 정 부회장은 “제가 말씀드리기엔 쑥스럽지만, 10년간 외출을 안 하던 분이 이제 저와 함께 산책하는 등 성과가 나온다. 미국에는 동료지원가가 5000여 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데이터와 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이뤄지던 정신장애에 관한 편견 줄이기 노력이 큰 타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2019년 ‘진주 참사’(안인득 사건)다. 지역사회에서 이 분야 활동을 오래 펼치며 성과를 가꾼 유숙 소장은 “그간 진행한 인식 개선 사업 효과가 모두 날아간 듯한 충격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옥진 씨는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이 결합한 아주 특수한 사례인데, 언론 보도에서 범인과 관련한 병력에서 조현병이 함께 언급되면서 정신장애를 겪는 모두가 극히 위험한 사람들로 인식됐고 피해가 속출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정신장애인이 ‘공격’받았고,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던 사람이 세입자 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삶터에서 밀려났으며,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기 힘든 상태가 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율(0.151%)은 일반인(1.431%)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은 소액사기,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여러 종류 범죄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침묵의 소리와 송국클럽하우스가 ‘미디어 보도 가이드라인 2.0’을 정비하는 일에 나서게 한 중대한 계기였다.

■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전에, 부산에서 이미 정신장애 언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노력과 성과가 있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침묵의 소리는 언론운동 시민단체인 부산민언련과 함께 2020년 9~10월 4차례 미디어 리터러시 공부를 한 뒤 10개 항목으로 된 ‘편견 해소와 차별 없는 세상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올해 1월 한국기자협회 부산지부와 함께 발표했다. 이런 앞선 노력이 있었기에, 그 성과를 바탕으로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만드는 후속 작업을 더 원활하게 한 셈이다.

부산민언련과도 함께 작업했던 박성근 회장과 정영환 부회장은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에 뭔가 조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첫 결과물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요청을 많이 넣었다. 이를 언론이 더 쉽게 활용하도록 ‘언론 관점’을 강화하는 방향을 생각했다”고 했다. 유숙 소장이 결합했고, 사회복지 현장 근무 경험이 풍부하며 인문학 공간 백년어서원에서 글쓰기 강좌 등을 했던 연구자 옥진 씨가 함께했다.

   
조봉권 선임기자
올해 3~7월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침묵의 소리 회원 8명(최종 6명)이 참여한 가운데 12차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 뒤 초안을 만들고, 부산대 임영호(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자문을 거쳐, 최근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 5개 항목을 정리했다. 부산민언련 버전과 함께 지역사회의 노력이 담긴 뜻깊은 성과다. 유숙 소장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정신건강 관련 언론 보도 권고안을 마련하는 일이 진행 중이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보람이 클 것이다”고 했다.

정영환 부회장은 “(정신장애 관련) 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역재활이다. ‘사람 사이’에 있으니 인간이라고 하지 않나. 인간으로 살아야지 환자로 살고 싶지는 않다. 사람 사이에 살고 싶다”고 했다. 박성근 회장은 “언론이 인식을 개선하는 글을 많이 써주면 좋겠다.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정신장애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

1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않는다.

2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팩트체크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3 정신장애에 관한 정확한 의학적 용어와 사실을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해당 내용에 따라 당사자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4 보도 제목에 정신장애에 대한 공포 불안 혐오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는다.

5 보도 내용에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이미지, 영상, 음향을 사용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정보 제공을 위해 기사 하단에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과 긴급상담 전화번호를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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