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걸그룹이라고 해서 첨엔 살짝 의아했는데, 그 이전에 대세였던 걸그룹을 떠올려 보니 젊은 친구들에겐 생소할 그 옛날 ‘스파이스 걸즈’ 정도 말고는 생각이 안 나 결국 납득했다. 블랙핑크의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몇 해 전 세계 3대 음악축제로 꼽히는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메인 무대였다. 공연 뒤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이런 얘기를 했다. ‘관중은 우리 음악을 더 이상 한국의 음악이 아닌, 새로운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블랙핑크에서 ‘글로벌’을 맡은 태국 출신 리사는 최근 솔로 데뷔곡 ‘라리사’를 발표하자마자 하루 만에 K-pop 솔로 아티스트 중 최단기 유튜브 1억 뷰를 달성했다.
불과 몇 년 전 한 대중음악 종사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걸그룹보다, 오히려 다소 생소한 보이그룹들이 수익률이 훨씬 높아 걸그룹을 기피한다’는 얘기를 했다. 삼촌 팬과 소녀 팬의, 극명히 대비되는 충성도 차이 때문이라는 거다. 소녀 팬들이 앨범과 굿즈를 사고, 콘서트 예매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동안, 삼촌 팬들은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나 반복 감상하고 끝이란 거다.
이 땅 아재들은 대부분, 어찌 된 연유인지 문화시장에는 도통 도움이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책도 음반도 안 사고, 공연·영화를 찾아 보지도 않으며, 음주문화에 집중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나 역시 날 세워 이 땅 아재들을 지적하기엔 크게 다를 바 없어 좀 부끄럽다. 그런 만큼 여러 매체에서 툭 하면 ‘라떼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부질없이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는 존재들로 희화화되고 조롱당해도 그다지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블랙핑크가, 한국을 넘어 세계를 사로잡은 이유를 따진다면, 우선 ‘걸크러쉬’다. 소녀 팬까지 열광하는 멋짐의 폭발! 한때 마이클 잭슨이, 프레디 머큐리와 커트 코베인이 그토록 멋있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아이돌들은 세계 젊은이의 동경 대상이다. 동년배 아재들에게 블랙핑크를 벤치마킹하자고 한들 가능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의 빗장을 열고 신문물을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무려 100세 시대에 왕년의 추억만 안고 가기엔 남은 생이 하염없이 길기도 하고, 게다가 언제까지 조롱당하고 살아야 하느냔 말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