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7~14일 남포동 일원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려
- 관객 참여로 완성하는 영화제 기치, 풍성하고 강력한 프로그램 눈길
‘커뮤니티 비프’(10월 7~14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셌다. 강력하고 풍부해서, 이 정도면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전당이나 해운대 쪽 상영관 안 가고 남포동에서 ‘커뮤니티 비프’만 돌아다녀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즐길 만큼은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듯했다.
특히 ‘최신 영화’를 기필코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약간 내려놓은 관객, 남포동과 가까운 서부산 지역에 사는 부산 시민, 남포동 특유 분위기를 차마 잊지 못하는 시네필이라면 매력을 더 느낄 만했다.
‘그냥 남포동에서 영화 몇 편 보고 부대행사 골라 참여하고 짬짬이 자갈치 시장 가서 꼼장어에 소주 한잔하자’. 만약 다른 지역에서 사는 친구가 BIFF에 온다면 그를 유혹해 ‘해운대는 마 됐고, 남포동에서 놀자’고 꼬드길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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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9일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BIFF)광장에서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의 하나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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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취재팀 소속도 아닌 데다 다른 취재와 마감이 겹쳐 금요일인 10월 8일이 되어서야 BIFF 상영작 ‘예약’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쪽 상영관의 상영작보다는 남포동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이 조금이나마 더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10일 일요일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대영 3관 리퀘스트 시네마 ‘금자 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친절한 금자 씨’? 매진! 이 자리에 거장 박찬욱 감독이 직접 와서 관객과 대화하니, 매진 당연!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롯데시네마 대영 6관 리퀘스트 시네마 ‘영화로 기억하는 방법-실·말리언니’? 매진! 관객프로그래 김동석 씨와 이나연 임대청 감독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같은 날 오후 5시 BNK 부산은행 아트시네마(신창동) ‘청년기획전 지구는 나의 친구-그레타 툰베리’? 매진! 영화 관련한 이벤트가 준비됐다.
잠깐, 블라인드영화제-정듀홍, 이건 뭐지?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의 하나로 10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대영 2관에서 정성일 영화평론가, 듀나 작가, 김홍준 감독 3인이 고른 영화를 본 뒤 함께 이야기를 나눈 프로그램이다. 볼 것도 없다. 매진!
같은 날 오후 7시 롯데시네마 대영 3관 ‘마스터 톡-내 아내의모든 것’에는 민규동 감독이 직접 와서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와 대담한다. 같은 시각 5관에서 리퀘스트 시네마 ‘동네책방과 함께 영화읽기-북샵’ 상영 직후에는 부산의 책방 한탸 김석화 대표, 책과아이들 김영수 대표가 관객프로그래머 매일매일책봄과 함께 대담한다.이런 귀한 자리가….
영화가 다양하고, 게스트가 ‘빵빵’하고, 이벤트가 다양하며, 프로그램 구성이 다채로워 ‘그냥’ 준비한 게 아니라 큰 공력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둘러서 9일 오후 1시 ‘영화퀴즈대회’ 이벤트, 같은 날 오후 6시 리퀘스트 시네마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상영 뒤 지혜원 감독, 가수 하림 공연 및 대화), 10일 오전 10시 커비(커뮤니티 비프 약칭) 콜렉션 ‘팜 스프링스’(상영 후 하지현 박사 토크 프로그램)를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커뮤니티 비프’는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 영화제(BIFF) 속 복합 문화 축제’다. 관객이 주도하고, 관객 참여가 중요하며, 관객이 완성한다.
“관객과 영화인, 전문가, 연구자, 활동가, 주민 모두 함께 주체가 될 수 있는 탈권위, 탈일상, 탈중심의 열린 영화제를 목표로 하며, 산과 바다가 소통하고 모든 문화를 수용하는 도시 부산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아 영화, 부산, 현재 등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축제로 진화 중이다.” ‘커뮤니티 비프’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 글이다. 예컨대 ‘리퀘스트 시네마’는 여러 분야 전문가나 시민이 추천한 영화를 나누고,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는 커뮤니티 시네마 모임 모모인이 추천하고 행사를 기획했다.
‘과연 몇 사람이나 올까?’ 하는 걱정과 함께 지난 9일 오후 1시 ‘영화퀴즈대회’ 이벤트가 열린 롯데시네마 대영 3관으로 갔다. 괜히 걱정했다. 철통 방역 수칙 속에서도 관객 30여 명이 ‘운집’했다.
조원희 커뮤니티 비프 운영위원장이 퀴즈대회를 진행했다. 조원희 감독은 경성대 연극영화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나와 영화 ‘원더풀 고스트’ 등을 감독했으며, 방송작가이기도 하다. ‘영화퀴즈대회’의 퀴즈는 듀나 작가가 냈다. 굉장히 다채롭게 구성한 문제를 풀어 영화 제목을 맞춰야 했다. 후원사 뉴트리라이트가 내놓은 상품도 도전의식이 불타게 했다.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35문제 가운데 ‘카사블랑카’ 한 문제 맞췄고 ‘벌새’는 정답을 알았는데 망설이다 놓쳤다.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맞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강호의 고수가 즐비함을 알고는 한국 영화의 앞날이 어둡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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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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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6시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는 미누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담았다. “72년생” 미누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서 18년 동안 살았다. 열심히 일하며 살았고, 한국을 사랑했으며, 어느 순간 이주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만들어 이주노동자를 위해 노래하고 음반을 냈다. 한국에서 강제 추방돼 네팔로 간 그의 삶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객석을 울렸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가 갔구나, 하는 깨우침과 슬픔을 함께 안겼다. 지혜원 감독과 가수 하림은 GV를 빛냈다.
GV에서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으나 다 못했다. 행사가 끝나자 모모인 측에서 “첫 질문을 해주신 분께 드리는 선물”이라며 내게 그림책 ‘나의 삼촌 미누’(글 이란주 그림 전진경)를 주었다. 곧장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노래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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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9일 부산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커뮤니티 비프 행사로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 상영 뒤 지혜원(가운데) 감독과 가수 하림(왼쪽)의 대화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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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팜 스프링스’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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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팜 스프링스’(감독 맥스 바버카우)를 보기 전 솔직히 ‘별 기대’ 안 했다. 보고 나니, 어마어마한 영화였다. 타임 루프 소재를 이렇게 멋들어지게 인생 문제, 삶과 철학의 주제로, 그것도 재미있게 만들어내다니! 상영 뒤 펼쳐진 정신의학 분야 하지현 박사와 손세훈 ‘커뮤니티 비프’ 운영위원의 대화에서 이 영화가 2020년 선댄스 영화제를 ‘평정’한 최고 화제작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았다.
이제 결론. ‘커뮤니티 비프’ 자체가 또 하나의 영화제로 다가왔다. 조원희 운영위원장은 “(내년도, 그 이후에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