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를 찾아서 본다. 텅 빈 무대엔 마이크, 등받이 없는 의자, 생수 한 병이 놓여 있다. 코미디언이 등장하는 순간 갈채·환호가 폭발한다. 마이크를 쥔 코미디언은 틈틈이 생수로 목을 축이며 한 시간 동안 무대에서 홀로 이야기한다. 그게 직업이긴 하지만,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매 번 감탄한다. 심지어 영어로 말이다. 이래도 괜찮나? 현행법상 문제가 없나? 이런 걱정도 될 정도로 거칠고 수위 높은 이야기도 나오지만, 별다른 사상자 없이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생소하고 신기한 풍경이다. 한국 코미디언 유병재 박나래 이수근이 넷플릭스가 제작한 스탠딩 코미디에 도전했으나 몇몇 발언이 식상하게도 논란이 됐을 뿐 별 성과는 없었다.
공중파에서는 코미디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때 주말의 끝을 알리는 국민 알람 역할을 한 ‘개그콘서트’는 추억이 된 지 오래고, 아직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도 사정은 나아 보이지 않는다. k-pop(케이팝)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쓰는데, k-코미디는 영 가망성이 없는 걸까? 한국 사람은 코미디를 싫어하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로맨스 스릴러 휴먼 드라마 액션 등 거의 모든 장르 영화·드라마에서 깨알 같은 코미디가 줄줄이 이어지지만, 어쩌면 한국에서 코미디란 맛깔스런 양념이나 반찬 정도로 여겨질 뿐 메인 요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상이다.
웃기는 사람을 만만하거나 우습게 보는 시선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실수를 해도, 영화배우, 뮤지션, 아이돌보다 코미디언은 더 가혹하게 비난받는 느낌이다. 과장과 허풍, 조롱을 업으로 삼는 코미디언의 직업 특성상 논란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코미디언이 풍자하고 조롱하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별개의 딴 세상이 아니다. 세상은 무균실이 아닌데, 누구 하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조심 웃겨보라니, 이 땅 코미디언들도 참 힘들다.
때론 비난을 위한 비난을 위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남모르게 열심히 누군가를 헐뜯으려 노력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 포복절도케 한 적이 있긴 한가? 이 시국에, 아니 점점 웃을 일 없는 이런 시국이니 누군가는 웃겨야 할 게 아닌가? 웃기는 이들을 헐뜯는 이들은 대부분 웃기지도 않는 이들인 것 같다. 이게 내 결론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