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가 한정된 자원 고갈시켜
- 생산 지속 땐 탄소제로 무의미
- 믿었던 기술혁신도 대안 못 돼
- 에너지 제한하는 탈성장이 답
우린 성장의 시대를 살아왔다. 아니 성장의 시대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던가. 비약적인 기술발전과 물질의 풍요를 경험하며 인간은 ‘경제성장이란 것은 어쩌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믿게 됐다. 세상 모든 유기체의 성장에 끝이 있는 것과 달리 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GDP가 2~3%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3%지, 이는 23년마다 세계경제의 전체 규모가 배로 늘어나는 수치다. 중요한 건 GDP(국내총생산)가 지구의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규모를 키우는 동안 지구의 자원은 한계에 봉착했고, 반대로 쓰레기는 감당 못할 수준까지 늘어나 지구에 들어찼다. 그 위험성에 공감한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의 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을 제로화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국제 합의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를 쓴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그 어떤 합의를 하고 정책을 쏟아내더라도, 인류가 이 정도의 경제성장과 물질생산을 지속한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가속화되는 부의 불평등, 생태계 곳곳의 대멸종, 기후 붕괴 등 우리가 목도하는 지구와 인류의 위기 속에서 경제가 영원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어쩌란 말인가. 저자는 성장주의를 완전히 배격하는 ‘탈성장’으로의 전환만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눈치챘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암울하다. 현재의 불안에 기반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상상한 픽션이 아닌 실재하는 위기임을 이미 우리가 실감하고 있어서 더 그렇다. 세계적으로 생물종이 급속히, 광범위하게 줄고 있다. 작물 수확량 급감으로 지구에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지금부터 60년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남획과 바다 오염으로 어족 자원의 85%가 고갈됐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안겨다 준 기술혁신이 이런 위기도 해결해줄 거라 낙관한다. 그러나 저자는 재생에너지, 재활용 기술, 탄소배출 흡수 기술 등 기후위기를 멈춰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첨단기술의 실상을 파헤쳐 이런 대안이 생각 만큼 효과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는 유일한 대안인 ‘탈성장’의 목표치를 제시하며,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하고 대안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언급한다. 그가 말하는 탈성장이란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획기적으로 제한하고, 경제가 정의롭고 공정하게 돌아감으로써 생태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GDP를 줄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성장이 필요없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 체제로 한 번에 전환하는 것이다. 탈성장=빈곤이라는 편견을 버리면, 필요를 위해 성장을 지속해야 할 소수 분야(청정 에너지, 공공 서비스 등)를 제외한 탈성장 분야(화석연료, 무기 등)의 순차를 결정해 과감히 실행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장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