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곳의, 詩와 그곳 <40> 김언 시인 ‘짐과 집’

  • 김곳 시인
  •  |   입력 : 2021-10-24 09:08:21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곳의, 詩와 그곳 <40> 김언 시인 ‘짐과 집’



짐과 집





김 언







 짐이 많아서 이사 가기가 힘들다. 이 짐을 다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가까운 사람들에게 요청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

 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고. 단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만 빼

 고. A가 와서 소파를 가지고 갔다.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

 건이다. B가 와서 티브이를 가지고 갔다. 이 또한 필요 없는

 물건이다. C가 와서 냉장고를 짊어지고 갔다. 저 또한 필요

 가 없는 물건이다. D가 와서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와 그리

 고 산더미 같은 책을 트럭에 싣고 갔다. 아까워해봤자 더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이 하루하루 줄어들

 수록 나의 고민도 하루하루 줄어들고 드디어 홀가분한 마음

 으로 이사할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이삿날 친구들이 나의

 이사를 돕겠다고 찾아왔다. 짐이라곤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

 을 알고는 으쌰으쌰 힘을 모아서 새집으로 나를 옮겨 놨다.

 나는 얌전히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서 누워 있다. 너무도 편

 안한 자세로 누워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또한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을까?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에서



   
어떤 집의 이미지, 어떤 짐의 이미지.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사람에게 집이란 생명의 안전과 사생활 보전 등 보금자리여야 한다. 그른 조건의 충족 여부는 사람마다 달라 욕망으로 껴안은 힘겨운 짐이기도 하다. 김 언 시인은 ‘짐과 집’이라는 대립되는 짝의 음운을 통해 욕망의 심리를 시로 풀어내고자 한 것 같다. 편리하고 만족한 삶을 위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야 한다면 미래에 지구는 어떻게 될까? ‘짐’으로 넘쳐나는 거대한 ‘집’이 될 것이다.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 지구의 신음이 머지않아 곧 내 고통이 되리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은 죽음뿐이라 했다. 이미 길들여진 욕망의 지연이 없으면 인간의 미래는 없다는 걸 꼬집는 말일 것이다.

 시적 화자는 ‘짐이 많아서 이사 가기가 힘들다’고 인간 욕망을 비틀어 말한다.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져라. 그러나 세상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며 사람을 유혹한다.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난 화자에게 ‘필요 없는 물건’ 중 ‘A가‘ 가져간 ’소파‘와 ’B‘가 가져간 ’티브이‘ ’C가‘ ’짊어지고‘ 간 ’냉장고‘라는 것은 문명이 가져다준 짐인 것이다. 화자가 마지막에 내려놓은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 ’그리고 산더미 같은 책‘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물건일 것이다. 미련이 남아 ’아까워해‘보지만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이 줄어들수록 고민도 줄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사하게 되었지만 ’하나뿐‘인 ’나‘도 ’짐‘이라 말한다. 이사를 돕는 친구들이 ’으싸으쌰 힘을 모아‘야 옮길 수 있는 ’나‘는 ’짐‘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 내어주고 비우며 내려놓았다는 마음으로 ’새로 지은 집‘에 누워 편안하지만 생각의 끝은 또 꼬리를 문다. ’이 또한 꼭 필요한 물건이었을까?‘

 살던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할 때면 몇 번이고 되뇌던 생각들이다. 비우는 순간 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부터 고민하하게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를 뿌리칠 수 있는가,김곳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9. 9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