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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지지 않는 지구의 밤, 곰도 여우도 잠 못 이룬다

불을 꺼 주세요-마샤 다이앤 아널드 글/수전 레이건 그림/김선영 옮김/푸른숲주니어/1만3000원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1-10-28 19:41:1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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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밤’ 사진이 공개된 적 있다. 어둡기는커녕 세계의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번진 인공조명은 먼 우주에서도 아주 또렷하게 빛났다. 사진 속 밤을 밝힌 무수한 빛들은 당시만 해도 인류가 이룬 문명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 누구도 어둠이 사라진 밤을 아름답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빛 노출이 인간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에도 치명적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 예로 철새는 보통 밤에 이동하는데, 빌딩이 뿜어내는 빛에 방향감각을 잃곤 한다. 해변에서 갓 부화한 아기거북은 환한 인공조명 때문에 바다를 찾지 못하고 모래 위에서 탈진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 ‘환한 밤’은 식물, 곤충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린이책 ‘불을 꺼 주세요’ 또한 같은 맥락에서 빛 공해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환기한다. 이야기는 밤을 환하게 밝히는 주택 자동차 가로등 불빛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기 여우의 괴로움을 전하며 시작한다. 굴에서 나온 아기 여우는 밤의 ‘어둠’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인공조명 탓에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새, 겨울잠에 들지 못하는 곰, 노래하지 못하는 개구리, 알을 깨고 나와 방황하는 바다거북을 만난다. 이들은 모두 함께 숲과 사막, 바다를 건너 세상에서 가장 캄캄한 곳에 이른다. 그런데 그곳에서 동물들이 찾은 건 단지 어둠뿐만이 아니다. 반짝이는 반딧불,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 은하수 등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자연 빛과도 조우하게 된다. 이처럼 책은 친근한 동물들을 내세워 ‘빛 공해’의 심각성을 흥미롭게 전하는 한편 인공조명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한다.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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