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 故박권숙 시인론도 담아
시조시단의 거목 이우걸(사진) 시인이 산문집 ‘풍경의 해석’(동학사)을 냈다. 시론이 드문 시조시단에서 평론집을 세 권이나 내며 한국시조의 이론적 기반을 닦아온 그가 산문집을 내는 것은 두 번째다.
산문집이라 해서 신변의 일과 일상을 적은 에세이는 아니고 역시 이번에도 주제는 시조, 시조, 시조다. “시론이 없거나, 시론을 고민 안 하고 시만 쓰는 시인도 많지요. 나는 현대시의 기준에서도 시조가 당당히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시인이 자신의 시론을 가져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우선 산문집의 전반부에는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글이 많습니다.”
‘현대시조는 현대성이 있는 시조이다. 아울러 詩로 읽혀야 한다. 이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여기에서 시조의 형식이 시적 장치로서 장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장점으로 부각될 때 독자들은 시조의 존재 이유를 긍정하고 지지할 것이다.’ 이우걸 시인은 이처럼 평소 얘기해 온 현대시조의 전제를 언급하며, 단시(短詩)의 장점을 살릴 필요성, 관념에 지나치게 노출돼 서사를 잃을 위험을 경계할 것, 시인 각각의 개성의 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등 후배 시인에게 유효한 조언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쏟아낸다.
그 밖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 “김상옥, 이호우, 정완영 … 가람 이병기 아래로 시조단의 대장급인 분들, 그들에 관한 강의를 여러 곳에서 했어요. 그 내용을 글로 써서 담았고요.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 박권숙….” 오랫동안 신부전증을 앓다가 지난 여름 타계한 박권숙 시조시인을 언급하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조금 떨린다. 지난 6월 박 시인의 부고를 전해 왔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깝게 떠난 제자의 작품세계를 다룬 ‘박권숙론’은 그의 생전에 이미 썼던 것인데 이번에 포함시켰지요.”
누구도 시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1980년대에 문단의 관심을 시조로 끌어오기 위해 썼다는 시조평론과 수많은 해설도 실렸다. 국제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에 실린 칼럼도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김춘수 선생이 시를 할 것이냐 시조를 할 것이냐 잘 결정하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정형시는 너무 어렵고 한문에 어울리는 형식이라고도 하셨죠. 역사학도였던 나는 한국 시조의 전통을 누군가는 꼭 이어야 하고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걸어온 길이 다 이 산문집에 담겼습니다. 훗날 혹 내 작품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반드시 도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우걸 시조시인은 1973년 등단했다. ‘지금은 누군가 와서’ 등 수많은 시조집과 ‘현대시조의 쟁점’ 등 시조비평집을 포함해 30권에 가까운 저서를 냈다.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는 시조문학상을 휩쓸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이자 우포시조문학관 관장이고, 문예지 ‘서정과 현실’ 발행인이다.
신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