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숨을 쉬며
가을 난이 피고 있다
숨과 숨 행간으로
고요 속에 갈앉으면
저 은하
새벽 물소리
향낭 풀고 일어선다
하루를 펼쳐 들면 맑은 가을하늘과 대조되는 온통 시끌벅적한 세상 풍경입니다. 저들끼리 묵묵히 오고 가는 자연 순리의 계절은 짧아진 하루해 꼭지 따서 바쁘게 가을을 익혀내더니 이제 고개 들어 하늘 한 번 보랍니다. 생각 깊은 고고한 선비같은 자태, 느리게 숨을 쉬는 가을 난의 은은한 향기에 발걸음 멈칫해집니다. 저 은하의 새벽 물소리는 가리어졌던 인간 본성의 순진무구함을 읽어냅니다. 이 한편의 시조가 난향처럼 은은합니다.
김임순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