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바에서 일한 적이 있다. 내 업무는 DJ, 바텐더, 공연기획이었다. 신청곡 중 스팅 퀸 이글스 게리 무어 에릭 클랩튼 그리고 김광석의 명곡들은 종종 거부하기도 했다. 다들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너무 지겨워서였다. 보통 이런 곡을 신청하는 아재들은 자기 취향에 대해 길고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왜 한국 아재들은 자기 음악 취향에 대해 이렇게까지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때마침 나도 아재였기에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면 세상 거의 모든 음악을 단번에 찾아 즐길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아재들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과 금전이 필요했다. 음악잡지를 탐독하며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보 발매 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레코드 가게로 달려간다, 간혹 정식 유통을 거치지 못하는 음반은 값비싼 수입 음반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아야 했다.
당시 뮤지션들은 종종 보란 듯 음악적 실험을 멋대로 시도했기에 애써 구한 음반이 기대했던 음악과 전혀 다르더라도 결국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몇 번이나 돌려 듣다가 보면 결국은 이해하고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허나 음악을 찾아 듣기 너무 편해진 지금은 클릭, 클릭 간편하게 음악을 살짝 찍어 맛보고 전주 정도만 잠깐 듣고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지 삭제할지 신속히 판단해버린다. 뮤지션들 역시 섣부른 실험을 시도하기 어려운 시대다.
10초, 5초 안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중독성 있는 강렬한 후렴구를 맨 앞으로 배치하는 전략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거의 공식이었던 기타 솔로도 사라져 가고, 곡 길이도 짧아진다. 이런 전략은 언제부터 시작한 걸까.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비틀즈의 오래된 곡 중에도 후렴구로 시작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우엔? 놀랍게도 POP이란 개념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였다, 모두가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강강술래’ ‘쾌지나 칭칭 나네’ ‘아리랑’ 때부터 우리 선조는 강렬한 훅이 있는 후렴구로 만백성을 신명 나게 했다. 어쩌면 K-POP이 세계를 휩쓰는 지금 현상은 아리랑 시대부터 정해진 운명일지도 모른다. 새삼 우리 조상님들께 진심 어린 리스펙트를 외치고 싶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