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역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신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과 생태문제를 예술과 결합한 사례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김태희 교수, 예술 도구로 주목
- 춤 딥 러닝 가능한 ‘미러’ 만들어
- 초등학생용 농악 콘텐츠도 인기
- “4차 산업혁명 교육은 재밌어야”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산대 해운대캠퍼스. 기자가 오른쪽 팔을 들어 올리자 삼각형 모양의 로봇 몸통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영산대 김태희(57·문화콘텐츠학부) 교수가 개발한 ‘미러 로봇’이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가 사람의 팔과 다리 관절을 인식해 거울처럼 동작을 따라한다. 이 춤추는 인공지능(AI) 로봇은 최근 공연 무대에 올라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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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영산대 해운대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김태희(오른쪽) 교수와 연구진이 사람의 동작을 센서로 인식해 따라하는 미러 로봇을 테스트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김 교수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꿈꾸는 과학자다. 2018년 주식회사 지능디자인을 창업해 직원 10여 명과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을 통해 춤추는 AI를 개발했다. 미러 로봇 이외에도 모션 인식 로봇, 로봇 팔에 센서가 달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만들었다. 또 개인 전시회를 여는 등 예술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 만화 ‘우주 소년 아톰’ 속 과학자를 동경했다. 자연스럽게 장래 희망은 로봇 공학자가 됐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로봇은 단순 기계 취급을 받았다”면서 “AI 로봇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마침 영국 에든버러대 AI 학과에 로봇 전공이 있어 진학한 뒤 박사학위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로봇을 공부할수록 그의 머릿속에 ‘과연 지능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맴돌았다. 과학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예술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김 교수는 “논리와 비논리를 모두 다루는 학문이 예술이었다”며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나뉘지만,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존재고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로봇은 사람처럼 몸을 갖고 있어 물리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예술을 좀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뒤늦게 미국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2008년의 일이었다. 그는 “작은 생각의 전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봤을 때 로봇은 예술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기계 문명 속 사람과 기계의 조화나 교육 콘텐츠 활용 같이 예술의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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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인터넷 로봇과 인간의 무용 공연 모습. 김태희 교수 제공 |
AI와 전통예술을 결합한 ‘아이(AI) 농악’이 대표적 사례다. 아이(AI) 농악은 부산문화재단이 지난해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공학자 예술가 인문학자 교육자가 함께 초등학생 대상의 교육 모델을 만들었다. 김 교수가 중점을 둔 부분은 ‘몰입’이었다. 아이 농악은 ‘방 탈출 게임’처럼 퀘스트를 수행한다. 퀘스트를 수행하면 징·꽹과리·북 같은 아이템을 획득해 오리 로봇을 이동시킨다. 학생들은 오리 로봇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컴퓨터의 입·출력 원리와 순서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퀀스를 배운다. 김 교수는 “AI의 기초인 일을 순서대로 해결하는 전산적 사고를 게임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대비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일단 교육 콘텐츠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딱딱한 기술의 모습이 아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우주 소년 아톰을 보고 과학자를 꿈꾼 것처럼, AI 공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국제신문·부산문화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