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다섯 명이 각각 의자 머리 부분에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다. 얼굴은 눈코입이 없는 흰색 가면으로 가렸다. 어깨를 좌우로 들썩이다가 이리저리 몸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번엔 좁은 널빤지 안에 서로 뒤엉킨 채 몸부림쳤다. 모이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 한 명이 널빤지 바깥으로 떨어져 나가 일행과 조금씩 멀어졌다. 나머지 배우는 흐느끼며 발을 동동거리지만, 구조하기엔 역부족이다. 널빤지는 난민을 가득 태운 바다 위의 작은 배를 상징한다. 불안하게 표류하는 난민의 상태를 몸짓으로 해석했다.
 |
| 지난 3일 부산 금정구 한 무용학원에서 예술집단C의 공연 ‘멤’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지난 3일 예술집단C의 공연 ‘멤(MEM)’의 연습 현장에서 배우들이 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멤은 히브리어 13번째 알파벳으로 흐르는 물, 파도, 바다를 뜻한다. 생명의 바다 위에서 죽음을 맞닥뜨리는 난민의 아이러니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아이 ▷여성 ▷노인 ▷가족 ▷우리 등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전쟁과 기근, 종교적 박해 등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새 삶을 찾아 보트에 오르게 되는 난민들의 이야기다.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영상, 즉흥 라이브 연주를 기반으로 표현하고, 대사는 전체 공연 분량의 5%에 불과하다.
눈 여겨볼 점은 객석을 무대로 사용하고,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관람하는 형식이다. 무대에 앉은 관객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객석 2층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공연장을 민주공원 중극장으로 선택한 이유다.
황지선 연출가는 “1, 2층 객석을 모두 무대로 사용하는데 실제 객석을 배우들이 타고 넘으면서 연기를 펼친다”며 “난민이 현실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 관객이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 객석 색깔인 붉은색을 그대로 살려 무대로 활용한다. 황 연출가는 “바다는 난민들에게 생명과 구원의 존재이지만, 탈출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붉은색은 좌절 정열 피 등 여러 의미를 표현하고, 객석 위에 평평한 단을 설치해 세부적인 공간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멤은 오는 9, 10일 오후 7시30분 부산민주공원 중극장에서 초연한다. 관람료 2만 원. 사전예약제.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