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20> 최미래 작가의 소설집 ‘삶이란, 우주의 룰렛’

내 두 번째의 삶은, 소설쓰기로 타인의 아픔 어루만지기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2-12 19:29:56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마산 출신, 습작 소설로 등단
- 고교시절 문학의 즐거움 배워

- 사기 당한 가족, 뇌질환 여성…
- 애잔한 사연들에 상상 보태
- 불행 푸념보다 해석이 더 중요

“잘 지내지?” 이 간단한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본다. 아픈 곳은 없는지, 일은 잘 되는지, 힘든 상황은 아닌지…. 그 많은 걱정과 궁금증을 일일이 말하기 번거롭기도 하고 실제로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도 되니까, 잘 지내느냐는 한마디에 담는 것이다. 크게 기쁜 일이 있어야 행복한 삶이 아니라, 나쁜 일이 없어야 행복한 삶이다.
경남 진해 장복산 기슭에 있는 카페에서 만난 최미래 소설가. 장복산은 최 작가가 걷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파도 온 식구가 걱정에 잠기고,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는 자녀가 있으면 초긴장 상태이고,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 그야말로 힘들어진다.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꿋꿋하게 이겨내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될 때가 더 많다. “나쁜 일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 하는 억울한 마음도 생긴다.

최미래 작가의 소설집 ‘삶이란, 우주의 룰렛’에는 크고 작은 일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이 담겨있다. 경남 진해 장복산 기슭 카페에서 최미래 소설가를 만났다.

■독후감 숙제로 만난 문학세계

삶이란, 우주의 룰렛- 최미래/북인/2021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하단역을 지나서 진해로 가는 동안 여러 번 정차했다. 겨울로 접어든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다보니 시외버스가 아니라 시내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진해터미널 못미처 이동에서 내렸다. 최미래 작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반가움과 고마움이 와락 일어났다.

최 작가는 걷기를 좋아한다. 장복산은 그가 자주 찾는 곳이다. 등산이 아니라 걷기 위해 간다. 걸으면서 작품 구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생각 없이 걸어요, 멍 때리는 거죠”라고 답했다. 맑은 공기 마시며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산길 걷기. 생각해보면 그처럼 좋은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장복산 아래 동네 길은 산을 향해 뻗어있었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여서 걷기도 편했다. 산 중턱에 카페가 두어 곳 있었다. 산길을 걷다가 들어가 차를 마시기에 적당했다. 그의 단골카페에 앉았다. 멀리 진해만이 내려다보였다.

최미래 작가는 1963년 경남 마산 무학산 아래 마을에서 태어났고, 진해에서 살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주경야독하면서 어렵게 공부했어요.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6년 내내 우등생이었어요. 힘든 학창시절이었지만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해군장교, 대학교수들이 교사로 와주셨거든요.” 그는 옛 추억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때 국토지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해군장교셨는데, 문학을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바지 뒷호주머니에 늘 문고판을 꽂고 다니셨죠. 수업 중에 노트 한 면에는 교과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면에는 자신이 들려주는 말을 쓰라고 하셨죠. 문학작품에서 좋은 구절을 들려주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언도 말씀해주시고요.” 소녀 최미래는 국어도 아니고 국토지리를 가르치는 해군장교에게서 처음 문학의 즐거움을 배웠다. “방학숙제도 근사하게 내주셨죠. 고전명작 10권을 알려주면서 그 중에서 3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였습니다. 저로서는 처음으로 문학책을 제대로 읽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다. 방송통신대 국문과와 창원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 공부 모임에 나가면서 시를 쓰는 동안 한국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습작도 몇 편 썼지요. 그 중 한 작품이 ‘경남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정작 큰일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소설가로 등단했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여서 더럭 겁이 났던 겁니다. 거의 2년간 쓸까 말까, 뭘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소설쓰기는 저의 두 번째 삶입니다.”

■소설로 두 번째 삶을 산다

두 번째 삶을 안겨준 소설쓰기는 ‘삶이란, 우주의 룰렛’이라는 첫 번째 소설집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소설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일구어내는 길을 걸었던 최미래는 이제 세상 사람의 삶을 향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많은 사연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이야기들 중에서 느닷없이 닥친 불행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아픔을 소설에 녹여냈다. 룰렛은 숫자가 새겨진 회전기구에 구슬을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구슬의 향방을 가늠할 때 중력이니 마찰력이니 하는 원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로 그 숫자칸에서 멈춘 그 구슬처럼 먼 우주에서 삶의 룰렛이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구나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라는 말부터 나오지요. 그런데 불행이 닥칠 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의 마음에서 천천히 삭혀지고, 그 사연 위에 상상이 보태지면 글로 터져 나온다. 소설집에는 10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투자사기를 당한 아내 때문에 생각도 못한 상황에 처한 남편, 우연한 사고로 병원에 갔다가 뇌질환을 발견한 중년여성, 진학시험 실패로 좌절에 빠진 아들 때문에 점집을 찾아다니는 어머니, 친절하지 못한 의사와 인터넷의 의학정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환자,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고 중환자병실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며 거의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여성…. 어디선가 들어본 사연들이다. 이런 것이 삶이구나 싶어 애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 한번 견뎌보는 거야’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 풍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몸도 마음도 흔들리며 살아간다. 쉽지 않은 여정을 비틀거리면서도 걸어가는 것이 삶이다. 최미래 작가는 두 번째 삶을 살면서 흔들리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책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3. 3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4. 4“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5. 5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6. 6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7. 7‘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8. 8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9. 9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10. 10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1. 1‘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2. 2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3. 3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4. 4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5. 5"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으로 관련 예산도 날릴 판"
  6. 6민주당 부산시당 10대 혁신안 발표…'총선 앞으로'
  7. 7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8. 8尹대통령 "오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9. 9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10. 10검찰 “서해 피격사건 은폐”…서훈 前 실장에 구속영장
  1. 1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2. 2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3. 3‘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4. 4레미콘 공급 끊겨 일부 공사장 ‘올스톱’
  5. 5‘명령서 적시 송달’이 관건…1차 불응 운행정지·2차 면허취소
  6. 6“숨은 부산 이야기, 실외 미션게임으로 알려 보람”
  7. 7국민연금공단- ‘1인 1연금’ 복지국가 선도…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 강화
  8. 8주가지수- 2022년 11월 29일
  9. 9부산도시공사- 스마트시티 아침부터 열공…‘메타 오시리아’ 2024년 첫선
  10. 10주택도시보증공사- 낙후 복지시설 리모델링…IT 인재 키우고 취업까지 주선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3. 3“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4. 4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5. 5“부산엑스포가 펼칠 인류 공존 프로젝트 동참해달라”
  6. 6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30일
  7. 7“임금합의 해놓고 소송” 택시회사, 노조간부 사기로 고발
  8. 8정부, 시멘트 2500명 대상 업무개시명령 집행
  9. 9檢, '재산 축소 신고'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기소
  10. 10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1. 1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2. 2포르투갈 꼭 잡되 이왕이면 다득점으로
  3. 3벤치도 화려한 브라질 “네이마르 없어도 16강쯤이야”
  4. 4[조별리그 프리뷰] 메시 vs 레반도프스키…함께 웃거나 한 명만 웃거나
  5. 5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6. 6[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동점골 이후 지나친 흥분 패인…역습 한방에 너무 쉽게 무너져”
  7. 7포르투갈 감독 “한국 이기고 조 1위 목표”
  8. 8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1일
  9. 9포르투갈 16강 진출 확정, 한국 16강 경우의 수는?
  10. 10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축구를 사랑한 독립운동가 서영해
이병주 타계 30주기…새로 읽는 나림 명작
‘소설·알렉산드리아’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소설로 되살린 장흥 석대들 함성 外
책이 말을 하고 감정이 생긴다면 外
서상균의 그림으로 책 보기 [전체보기]
인간의 순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손수건 /문운동
인형뽑기 /장남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수리남’의 하정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올빼미’ 유해진
‘데시벨’의 김래원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마블도 고전한 비수기 극장가, 아바타 후속작 구원투수 될까
연말까지 잇단 행사…연예계도 대중 안전주의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슈퍼히어로 영화의 황혼
수프와 이데올로기(양영희 감독)…식민지배와 제국주의 경계에 서다
BIFF 리뷰 [전체보기]
‘지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11월 3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11월 2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양자경과 김민경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2년 11월 30일(음력 11월 7일)
오늘의 운세- 2022년 11월 29일(음력 11월 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인 설손의 시
‘고려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