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고등부 대상] 자발적 주먹밥

中 연변한국국제학교1학년 오사랑

  • 오사랑 中 연변한국국제학교1학년
  •  |   입력 : 2021-12-16 19:09:42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연변에 살고 있다. 연변에 오기 전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연변에 대한 많은 편견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연변 사람들, 즉 조선족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빠가 3년간 연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위험한 건 아닌지, 친구들도 걱정을 해주었다. 예전엔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조선족이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이지만 지금은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로 흡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변에 대한 나의 편견을 보다 확실하게 바꾸어준 또 다른 사실은 바로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는 사실이다. 목숨을 걸고 항쟁했던 항일비밀결사 의열단이 바로 이곳 길림성에서 조직되었다. 봉오동 전투로 알려진 의병장 홍범도는 연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의 왕청현에서 대한독립군을 창설했다고 한다. 두만강 건너 북한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국경도시 도문과 왕청 사이가 가슴 벅찬 봉오동 전투지라고 한다.

중독성 있는 투도온면을 찾아 코로나 이전엔 한국 관광객들이 제법 오던 옆 동네 훈춘, 이곳은 바로 끔찍한 간도참변이 일어났던 곳이다. 근처인 용정에는 바로 별을 노래한, 독립을 꿈꾼 윤동주 시인의 생가가 있다. 그리고 6일 동안 일본군과 사투를 벌인 청산리대첩, 해란강을 따라 이동하고, 백운평 계속에서 매복하고,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의 한인촌인 어랑촌에서 주민들이 싸준 주먹밥을 먹으며 투쟁한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청산리 전투 역시 다 지척에서 일어났고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다.

또 길림성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세 발의 총을 쏘았던 하얼빈역이 있다. 그리고 하얼빈에는 일본이 생물학 무기 개발을 위해 마루타 실험을 했던 731부대가 있다. 이곳에 방문했을 때 나는 재현해 놓은 생체 실험 장면들이 너무 끔찍해서 눈을 계속 감아야 했고, 식은땀이 나고 종일 배가 아팠다. 또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 해군기지가 있는 여순이라는 도시가 있고 여기에 안중근 의사, 신채호 선생, 이회영 선생 등이 구금된 여순감옥이 있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고문실과 고문 도구들, 황망한 사형집행장. 이 모든 것들이 가슴에 새겨졌고,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감옥이 나에겐 핏빛으로 보였다.

독일 쾰른에서 게슈타포 지하감옥에 가본 적이 있다. 그땐 그냥 무섭다는 느낌, 잔인하다는 생각만 들었고 빨리 그 기분을 잊고 싶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조상들의 독립유적지와 투옥되었던 감옥들에 가서는 그와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침략자의 잔인함에 대한 울분, 그리고 안일하게 생활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독립이 열강들의 전쟁 결과 국제적 흐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나라를 사랑한 수많은 사람의 투쟁과 희생, 염원이 있었을 것이다. 목숨을 바친 희생이 바로 우리나라의 독립을 이룬 힘이었고 지금 우리가 행복하게 지내는 토대가 된 것이라 믿는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은 독립운동 이후에도 위기가 있을 때마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으로 나타났다. 앞서 어랑촌 주민이 앞치마로 독립열사들에게 주먹밥을 날랐던 것처럼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린 학생들을 위해 광주 시민은 주먹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종로, 청계천의 상인도 주먹밥을 만들었다. 이 모든 주먹밥은 자발적으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을 것이다. 위기 때마다 국민이 하나가 되어 누군가는 스스로 깃발을 들고 누군가는 기꺼이 주먹밥을 만들고, 또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다친 사람을 치료하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유적지를 돌아보며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에 큰 자긍심을 느끼며, 나 또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