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드라이브에 어울릴 법한 도회적이고 세련된 그루브를 구사하는 밴드 LAbridge에 이어 힙합 씬에선 보기 드문 밴드 사운드를 고집하는 ‘정불타와 일세션스’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지금까지의 행보부터 어쩐지 범상치 않은 기타리스트 서필교가 ‘구차원 (9dimension) - Back to Dawn’이란 싱글을 발표했다. 미국의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이 몹시 황당한 상황에서 주로 쓰는 9dimension이란 표현에서 어감이 마음에 들고, 번역하니 마치 사람 이름 같기도 해 구차원이란 활동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앨범 타이틀처럼 인간의 감수성이 폭발하고 온갖 상념이 휘몰아치는 깊은 새벽에 혼자 즐기기 좋은 인디 팝 두 곡을 담은 싱글 앨범이다.
첫 번째 곡 ‘침묵의 밤’은 몇 해 전 일본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춥고 비가 쏟아지던 조용한 일본의 밤거리 어떤 순간을 소리로 풀어냈다. 밴드기린의 보컬 윤혜린이 참여했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보컬을 찾아 프로듀서 역할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어두운 느낌의 엠비언스가 강조된 음악에 깨끗하고 맑은 윤혜린의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청자에 따라 저마다 기억할 만한 어떤 깊은 밤이 선명하게 재생될 수 있을 것 같은 곡이다. 두 번째 곡은 타이틀 곡인 ‘제인’이다. 독립영화 ‘꿈의 제인’에서 제목을 따온 이 노래는 꿈속에서조차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관계에 대한 노래다. 감정에 크게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읊조리는 서필교의 목소리가 꽤 근사하게 들린다. 구차원은 단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앞으로 장르에 대한 강박 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 한다. 새로운 곡마다 그 곡에 어울리는 보컬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한다. 정지혜 감독이 연출한 ‘제인’의 뮤직비디오가 막바지 작업 중에 있으며 이른 시일 내 공개될 것이다. 서필교는 다음 주에 발표될 ‘정불타와 일세션스’로 부산의 인디레이블 ‘굿카펜터스’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참여했다. 지금부터 시작될 서필교의 프로젝트 구차원이 만들어 낼 새로운 소리에도 큰 기대를 걸어본다. 높아진 방역 조치로 어쩔 수 없이 고요하고 거룩할 연말에, 어쩌면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더 위안이 될지도 모르는 노래로 강력히 추천한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