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을 걸어가는 발자국이 나란하다
어미가 멈춰 서면 새끼도 멈춰 서는
소복한 들길을 따라 하얀 숨결 찍는다
시조를 펼쳤는데 어쩐 일인지 선연한 묵화 한 폭을 읽습니다. 하얀 묵화! 첫 눈밭을 어미와 새끼가 나란히 발자국을 찍어 갑니다. 하얀 눈의 설렘이 이 겨울의 설렘입니다. 한 해가 끝나는 무렵에 하늘은 수고한 우리들에게 다시 시작해 보라고 좋은 일만 그려 보라고 그동안 삶의 얼룩은 하얀 눈으로 다 덮어 주고 새로운 백지 한 필을 주십니다. 시각적 상상력이 긍정적 에너지로 옮겨져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끝나는 해넘이와 시작의 해돋이에 소복한 들길의 눈은 더욱 반짝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처럼.
시조시인 김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