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력해진 방역 조치로 고요하고 거룩했던 올해 크리스마스. 방구석에서 홀로 비틀즈를 만났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한 비틀즈 다큐멘터리 ‘Get back’은 지난 22일 공개됐다. 잠깐 시청을 고민했던 이유는 3부작으로 이뤄진 이 영화의 총 러닝타임이 거의 8시간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살짝 맛이나 보려고 시작했다가 꼬박 8시간 동안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녹음과 공연을 함께했다.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은 그들이 ‘무려’ 비틀즈라는 것이다.
1969년 1월. 비틀즈 멤버들은 새 앨범 작업과 동시에 라이브쇼 준비에 돌입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담은 60시간의 촬영분과 150시간의 음성파일을 재구성했다. 비틀즈를 둘러싼 여러 풍문 때문에 살벌하게 고성이 오가는 자존심 싸움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즐겁고 신명나게 진행됐다. 특히 비틀즈 팬이라면 수많은 명곡이 합주 중에 장난을 하듯 다채로운 시도를 거듭하다 뚝딱 완성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분명 경이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링고스타에 이어 조지 해리슨이 탈퇴를 선언하고 잠수를 탔다가 극적으로 화해하고, 야심 차게 준비하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비틀즈. 밝고 기운찬 에너지로 끊임없이 장난치고 웃고 떠들며 함께 작업을 완성해간다.
특히 까다롭고 고집 센 이미지였던 존 레넌이 깨방정을 떨며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모습이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줬다. 미워할 이가 필요했던 많은 비틀즈의 팬들에게 팀 와해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존과 요코는 서로를 연인이자 같은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고, 멤버들 역시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이다. 서로 다른 음악적인 견해로 부딪히는 순간에도 굳게 입을 다물고 묵묵하게 드럼을 치는 링고스타 역시 비틀즈를 유지하는 큰 축이었다. 비틀즈의 해체 이유는 천재성이 넘치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로 끈끈하게 이어진 4명의 젊은이에게도 ‘비틀즈’라는 상징성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졌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다큐를 보고 어쩐지 비틀즈와 좀 더 친해진 느낌이다. 가능한 울지 않고 꾹꾹 참았더니 피터 잭슨의 탈을 쓴 산타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