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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39> 문득 새롭게 와 닿는 강산에의 ‘태극기’

여전히 태극기는 펄럭이고 있지만 …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2-01-17 20:05:2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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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노래가 있다.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등 익숙한 명곡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장 한국적인 록커 강산에의 노래 ‘태극기’다. 세 번째 정규앨범 ‘삐따기’로 컴백한 1996년 ‘가요톱10’이었던가 TV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브라운관 속에서 긴 장발을 휘날리며 ‘태극기’를 노래하는 강산에를 보며 ‘저래도 되는 건가?’ 생각했다.
가수 강산에. 국제신문 DB

“바람이 부는대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절대로 삼풍은 또 불지 않았으면” “이 비가 오는대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절대로 태우는 또 오지 않았으면”이란 가사에서 얼얼하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요즘 래퍼의 ‘디스 배틀’에서 중의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펀치 라인과 같은 형식의 가사다. 당시에는 처음 접한 생소하고 참신한 표현방식에 놀랐고, 공중파 방송에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실명으로 디스해 버리는 기개에 놀랐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와…찢었다. 냉큼 동네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 ‘삐따기’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늘어나도록 돌려 들었다. ‘태극기’ 외에도 ‘삐딱하게’ ‘깨어나’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가득한 앨범이다. ‘태극기’가 다시 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한 건 전직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씨가 사망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는 생전에 이 노랠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22년에 다시 듣는 강산에의 ‘태극기’는 더 새롭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서 맹세하지 않은 지 오래된 지금, 태극기의 이미지는 많이도 달라졌다. 소수와 약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자들이 자주도 들먹이는 표현의 자유처럼. 그 비슷한 자들이 거리에 나와 흔들어대던 많은 태극기로 인해 해외에서 만나면 괜히 뭉클하고 애틋했던 태극기를 빼앗긴 것 같다.

95년에 무너진 삼풍백화점처럼 짓고 있던 아파트가 무너졌다. 태우는 다시 올 수 없지만, 뜬금없이 범죄와의 전쟁과 같은 시대착오적 메시지를 외쳐 국정농단 시즌 2를 예고하는 이에게 손뼉 치는 이는 여전히 많다. 강산에가 그랬듯 우릴 대신해 분노의 메시지를 외쳐줄 록스타가 절실하다. 여전히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인지는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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