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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51> 나주 ‘영산포 홍어’

코가 뻥~ 톡! 쏘는 삭힌 홍어, 이런 지독한 별미를 봤나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2-15 19:01:4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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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의 소울푸드

- 주낙으로 잡는 흑산도 보물 홍어
- 암놈이 수놈보다 쫀득 크고 비싸
- ‘코, 날개, 꼬리, 몸통’ 順 맛 최고
- 버리는 부위 없이 다양하게 즐겨

# 호불호 발효의 미학

- 삭힌 홍어의 발상지인 옛 영산포
- 고려 흑산도 주민 이주정책으로
- 영산강 뱃길따라 들여오다 발효
- 삭히는 온도·물 뺌 정도가 맛 좌우

지역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식재료나 음식에 관련한 재미난 유래 또는 식담(食談)이 적지 않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밀하고 유용하며 공동체가 인정하는 향토음식이라는 뜻도 되겠다. 경상도의 돔배기나 문어 산적, 제주의 흑돼지와 몸국처럼 전라도에서는 홍어 요리가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오죽하면 ‘홍어 없는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 ‘죽은 조상 홍어 냄새 맡고 제삿집 찾아온다’ ‘따뜻하면 굴비 생각, 찬바람 나면 홍애 생각’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등의 홍어 관련 속담(俗談)이 전해지고 있을까.
삭힌 홍어와 고소한 돼지고기 수육,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홍어삼합.
■가장 귀한 흑산도 홍어

홍어는 홍어목 가오릿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원래 이름은 ‘참홍어’다. 몸길이는 150㎝ 정도로 몸체는 길쭉한 마름모꼴이고 주둥이는 뾰족하게 돌출했다. 홍어는 우리나라 연해 80~100m 수심의 바닥에 서식하는데 서해 대청도에서 흑산도 울릉도 독도 등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흑산도 연안의 홍어를 가장 귀하게 친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홍어는 흑산도나 대청도의 어선이 ‘걸낙’이라는 주낙어업으로 어획한다. 한 번 나가면 100여m 원줄에 미끼를 달지 않은 바늘 400여 개를 단 어구 20여 통을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던져두었다가 건져 올린다. 바늘만 총 8만여 개를 풀어 놓고 잡는 것이다.

홍어를 제대로 만나면 어부들은 신이 난다. 홍어가 올라올 때마다 “홍애야~” 추임새를 올리며 신나게 갈고리로 찍어 올린다. 한때 쌀 한 가마니 25만 원일 때 홍어 한 마리 가격이 100만 원 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홍어는 ‘암치가 1번치’라 부르며 귀하게 여긴다. 암놈이 크고 맛도 쫀득하니 좋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수놈은 몸집이 작을 뿐만 아니라 뼈가 억세고 맛도 덜하다. 게다가 수놈은 가시가 있는 큰 생식기 두 개가 튀어나와 있어 어부들 뱃일에도 거추장스러워 잡자마자 칼로 쳐낸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이다. 애꿎은 사람을 무시하고 홀대할 때 빗대어 쓰는 말이다.

여하튼 이렇게 귀하게 어획한 홍어는 버리는 부위가 없다. 뼈가 연한 연골어류라 뼈째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1코, 2날, 3꼬, 4통’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는데, 홍어의 부위 중 코가 제일 맛있고, 뒤이어 날개와 꼬리, 몸통 순으로 맛있는데, 이 모든 부위를 먹는다는 의미이다.

홍어는 회로 먹는 것뿐만 아니라 홍어 무침 홍어찜 홍어보리애국 홍어삼합 홍어전 등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홍어 애(간)도 소금 참기름에 찍어 먹고, 아가미는 젓갈을 담가 먹는다. 홍어 껍질도 조물조물 무쳐서 먹는다.

홍어회로 맛보는 애(왼쪽 사진), 코, 날개, 몸통 부위.
■코가 뻥~, 삭힌 홍어 일품

그 중에서도 홍어회를 제일 선호하는데 홍어회도 생 홍어를 먹기도 하고 삭힌 홍어를 먹기도 한다. 산지인 흑산도 주민은 ‘생 홍어 먹기도 아까운데 애써 삭힌 홍어를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고, 광주와 나주 사람은 ‘삭힌 홍어가 제대로 된 홍어’라고 강변한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홍어라고 하면 삭힌 홍어를 널리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입에 넣으면 꼬독꼬독한 식감에 코가 뻥 뚫리는 강력한 암모니아 냄새, 입 안이 헐 정도로 자극적인 맛으로 중독되는 음식이기에 그럴 것이다.

삭힌 홍어를 설명하자면 나주 영산포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영산포는 삭힌 홍어의 발상지이자 목포와 더불어 삭힌 홍어의 최대 생산지다. 영산포는 영산강에서 가장 깊숙이 내륙과 연결된 포구로 주변 지역의 물산이 풍부해 조선시대 조운(漕運·조세를 배로 실어 나르는 일) 창고인 ‘영산창’이 설치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나주지역 농산물을 수탈하기 위한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이러했기 때문에 목포 군산과 더불어 ‘호남의 3대 포구’로 번성했던 지역이었다.

이 영산포가 삭힌 홍어의 발상지인 이유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363년 고려 공민왕 때 왜구의 노략질이 극심해지자 조정은 흑산도 주민을 지금의 영산포로 이주시키는 공도(空島) 정책을 펼친다. 이때 이주한 흑산도 주민의 주 어획물이 홍어였는데,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300여 리 뱃길을 따라 들여오다 보면 그동안 홍어가 자연스레 발효되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고 삭혀진 홍어를 먹어보니 새콤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 그때부터 먹었던 것이 오늘의 ‘홍어’라는 것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주 고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전부터 영산포를 중심으로 이 ‘삭힌 홍어’를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연골어류인 홍어는 바다에서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몸 안에 요소를 많이 품고 있다. 이 요소가 껍질에 분포해 있다가 홍어가 죽으면 부패균을 사멸시킨다. 그래서 홍어가 부패하지 않고 숙성, 발효되는 것이다. 이때 나는 냄새는 요소가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냄새이다.

■물과 온도, 홍어의 맛 좌우

홍어를 삭히고 있는 항아리.
삭힌 홍어의 본고장이라 영산포의 홍어 삭히는 기술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 예부터 항아리에 돌을 깔고 홍어를 재우는데, 중간중간 볏짚과 솔잎을 번갈아 넣고 밀봉해 보관한다. 홍어세상 2호점에 들러 영산포 홍어에 관해 시시콜콜 묻는다.

손순희 대표가 “우선 홍어 한 점 허시오~” 라며 귀하디 귀한 흑산도 홍어 몇 점 내어준다. 염치 불구하고 코 날개 꼬리 몸통 한 점씩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새콤하면서도 아릿한 맛에 코를 자극하는 지극한 냄새가 기분 좋은 진저리를 치게 한다. 손 대표는 “영산포 홍어는 가게마다 저마다의 숙성법이 달라 맛이 제각각 다르다”며 “숙성 기술의 차이는 물과 온도로 몇 도에 홍어를 삭히느냐 몸속의 물을 얼마나 빼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영산포 옛 포구 인근에는 국내 최대의 ‘홍어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홍어 전문음식점과 가공공장 등이 40여 곳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강바람이 불 때마다 삭힌 홍어의 콤콤한 냄새가 코끝을 내내 스친다.

영산포 홍어 전문식당에서는 홍어회와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탕 홍어전 등 다양한 홍어요리를 코스로 맛볼 수 있는데, 특히 ‘홍어삼합’에 ‘홍탁’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삭힌 홍어와 고소한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곁들여 탁주 한 사발 마시면 더 없는 음식 조합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영산강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홍어 한 점과 마신 막걸리에 거나해진다. 홍탁 맛이 이런 것인가 싶다. 전라도 지방을 대표하는 소울푸드 홍어. 전라도 사람들의 관습과 공동체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이렇듯 지역 향토사와 오래도록 궤를 같이하는 음식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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