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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90주년 부전교회 “지역사회와 더 깊은 유대 이룰 것”

1932년 서면기도소가 교회 모태…6년전 동래에 비전센터 신축이전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2-03-01 19:16:4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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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규 담임목사 “대민활동 확대”
- 사회공헌 앞장, 공연장 등 개방
- 25일 시민 위로 음악회도 개최
- 손양원 목사 기리는 오페라 준비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거나 고립된 게토(ghetto·유대인 격리 거주지역)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에게 빛과 소금이 돼야 합니다. 지역과 함께 가지 않는 교회는 의미가 없습니다.”
3100석 규모의 대예배실인 ‘이음홀’.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오는 5일 설립 90주년을 맞는 부전교회 박성규 담임 목사가 밝힌 철학이다. 종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고민하는 그의 말처럼 부전교회가 걸어온 길은 우리의 역사, 사회 변화와도 맞닿아있다.

부전교회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부산진교회의 서면기도소가 모태다. 9평 남짓한 예배당에 성도 10여 명으로 출발했다. 광복 이후 부암동 경남노동훈련소로 교회당을 이전했지만 6·25전쟁 1·4 후퇴 때 내려온 미군 부대에 예배당을 내줘야 했다. 부전동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다 1952년 천막교회 부지에 목조 예배당을 지었다. 1974년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교회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도 수가 늘어나면서 2016년 네 번째 터전인 동래구 사직동으로 이전했다. 코로나 이전 기준으로 출석 성도가 5000여 명(성인 약 4000명, 어린이·청소년 약 1000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다.

부전교회 박성규 담임 목사가 교회 내 위치한 ‘디딤돌 역사관’에서 교회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박 목사는 부전교회의 역사는 지역사회의 그늘진 곳과 아픔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부전천에서 씻기고 머리를 깎아주면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때는 야학으로 아이들에게 배움을 전파했다. 이후에도 한글을 가르쳐주는 상록교실,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쉼터, 자살을 예방하는 생명의전화도 함께했다. 동래로 옮겨온 뒤에는 동래장학회, 온천천 생태 활동을 했고 이달부터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의 영양을 챙기고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도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전교회는 2016년 12월 24일 ‘글로컬 비전센터’를 건립해 이전했다. 비전센터는 연면적 4만2404㎡에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 도심 속 거대한 방주와 같은 형상이다. 그러나 이 웅장한 건물의 공간 대부분은 지역사회와의 공유를 염두에 뒀다. 예배당 이름도 교회가 지역사회와 동행한다는 의미에서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 비전센터’다.

박 목사는 “시민이 교회와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으로 공연장 체육관 어린이도서관 갤러리 웨딩채플 카페 등을 만들었다. ‘마음에 와닿다’는 의미로 ‘닿음홀’이라고 부르는 공연장은 강당이 없는 학교들이 입학식 졸업식 학예회 등을 할 때 빌려 쓴다. 대규모 공연이 필요할 때는 3100석 규모의 대예배실도 사용할 수 있다. 공연 무대를 감안해 강단도 다른 교회보다 3배 이상 넓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동래구 사직동으로 이전·건립한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 전경.
부전교회는 오는 25일 ‘90주년 음악회’도 개최한다. 박 목사는 “90년의 역사를 스토리로 구성해 지역의 음악가들과 함께 수준 있는 무대를 선보이려고 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이 감성을 채우고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9월에는 손양원(1902∼1950) 목사를 기리는 오페라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경남 함안 출신인 손 목사는 여수 한센병 환자 요양원인 애양원의 교회에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구호사업을 했다. 1948년 10월 여수·순천 반란사건 당시 두 아들이 살해됐지만 살해범을 양아들로 삼기도 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10로 각박한 시대에 사랑과 화해 용서를 실천한 손 목사의 삶은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말을 부탁했다. 박 목사는 자신의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냈다. ‘링컨의 우울증’이다. “링컨은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우울증이 오면 대개 ‘나는 쓸모 없어’, ‘내 인생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맙니다. 그러나 링컨은 유머와 신앙의 힘으로 우울증을 이겨냅니다. ‘포크를 내려놓지 말아라, 최고의 식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제가 늘 하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끝날 것 같지만 견디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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