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유명한,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박재홍(23)의 공연.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으로도 익숙한 곡명이 나오자 객석에선 ‘와’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는 준비한 연주를 마치고 봄의 노래를 포함한 총 4곡의 앙코르곡을 선보였다. 박수 갈채와 함께 앙코르 요청이 끊이지 않자 박재홍은 피아노 건반 뚜껑을 살짝 닫은 뒤 미소를 지어 보이고 퇴장했다. 젊은 연주가의 이런 쇼맨십은 객석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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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박재홍. 부산문화회관 제공 |
이날 공연은 (재)부산문화회관이 주최한 ‘월드 콩쿠르 우승자 시리즈’의 첫 순서였다. 박재홍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부조니 콩쿠르 우승 기념 리사이틀’을 연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이탈리아 작곡가 페루초 부조니(1866~1924)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시작된 부조니 콩쿠르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역대 수상자 중 1위 없는 2위가 많아 ‘냉정한 콩쿠르’로 불린다. 박재홍은 우승 외에도 작품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해 모두 5관왕에 올랐다.
키 187㎝인 박재홍은 큰 체구에서 나오는 힘을 활용한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주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슈만과 베토벤의 곡을 엄선했는데, ▷슈만 아라베스크 다장조 작품번호 18 ▷슈만 피아노 소나타 제1번 올림바단조 작품번호 11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9번 내림나장조 작품번호 106 ‘함머클라비어’를 들려줬다. 독일어로 피아노를 뜻하는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이 이미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작곡한 곡이다. 베토벤이 만든 서른 두 개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품으로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재홍은 “베토벤의 위대함은 이 곡의 3악장에 녹아있다. 느린 악장이 20분이나 이어지는데 이런 형식의 소나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한 음 한 음이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긴 세월일까 가늠해보면서 허투루 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4악장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모든 관객이 숨죽여 그의 질주를 지켜봤다.
박재홍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에서 만나 친해진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일리아 오브차렌코의 부모님 집도 폭격으로 피해를 당했다”면서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오페라극장에서 정상적으로 공연이 열리길 기대한다.”
월드 콩쿠르 우승자 시리즈는 오는 5월 6일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오는 7월 22일 열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홍민수의 듀오 리사이틀, 오는 9월 3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만남으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