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우환 ‘여백의 美’엔 그의 문학적 사유 담겼다

양의의 표현 - 이우환 지음/성혜경 옮김/현대문학/2만5000원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2-03-31 19:53:23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문학가 꿈꿨던 현대미술 거장

- 연재글 모아 세번째 에세이집

- 작품세계 근간에 관한 이야기

- 그 문장엔 시각적 색채감 여운


이우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미술에 문외한이라면 낯선 이름일 수도 있다. 경남 함안 출신인 그의 이름은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으로 ‘이우환 공간’이 생기면서 더욱 익숙한 이름이 됐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이우환공간을 다녀간 사실이 전해지면서 팬클럽 ‘아미’ 회원에게 성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우환 작가가 지난 2016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에서 작품 ‘대화’를 설명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표현과 여백의 미를 담은 작품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오직 점 하나만 찍혀 있는 그의 그림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열광한다. 아직 그의 이름이 낯설고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봐도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면, 작가 본인이 직접 쓴 글에서 그의 사유를 들여다보자.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거장이자 철학자 이우환의 새 책 ‘양의의 표현’이 길을 인도해 줄 것이다.

책 ‘양의의 표현’은 저자 이우환이 2002년 펴낸 첫 에세이 ‘여백의 예술’과 2009년 ‘시간의 여울’에 이은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작가가 월간 ‘현대문학’에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연재한 글을 주축으로 틈틈이 메모해 온 단상과 강연 원고, 1960년대 말부터 집필한 미발표 원고 등을 함께 담았다. 말 그대로 이우환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사유를 집대성한 글모음이라 할 수 있다.

이우환은 1956년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전위예술운동인 ‘모노파’를 이끌었다. 여백으로 시작해 여백에서 마무리되는 그의 작품세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모노파란 만드는 것에 제동을 걸고, 만들지 않은 것을 끌어들이는 시도였다. 즉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은 것을 관계시키는 획기적인 운동이었으나, 당초에는 근대적인 조형 사고에 지나칠 정도의 격렬한 파괴 행위나 진기한 아이디어, 가공하지 않은 소재의 난발이 두드러졌다.(108쪽)” 초기만 해도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이제 세계 주요 비엔날레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세계 무대에 널리 알려진 한국 작가로 거듭났다.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의 모습. 국제신문 DB
책에 담긴 글 64편은 다섯 개 장으로 분류돼있다. 1장은 작업의 주변이나 일상생활에서 자극받은 것에 대한 문장을 모았고, 2장은 작가로서의 제작 입장을 둘러싼 논술, 3장은 미술가의 상념이나 예술에 대한 견해를 담았다. 4장은 저자의 미술 운동의 관계나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미술에 대한 조망, 5장은 다양한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업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대한 탐색을 주제로 한다.

제목에 쓰인 ‘양의’는 동양 철학에서 음과 양,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 캔버스에 그림으로 표현된 것뿐 아니라 여백의 의미까지도 고려한 ‘균형’ 잡힌 그의 그림 철학을 담았다. 이 책의 곳곳에서 ‘양의’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코로나19에 대해 “인간이 외부로부터의 협박(코로나19)을 받으며 안쪽으로 움츠러든 사이, 문명에 상처 입고 황폐해졌던 자연이 단숨에 치유돼 순식간에 살아났다(64쪽)”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인류에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가져왔지만, 자연의 소생과 함께 인간도 양의성을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 책은 화가가 되기 전까지는 문학가를 꿈꾼 이우환의 문학가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 자신도 “미술과 문필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며 저마다 독특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 표현에서 시각적 색채감이, 미술 표현에 탐독의 여운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396쪽)”이라고 전한다. 그 때문일까.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꽤 많다. 그의 생각을 찬찬히 읽고 나면 작품에 대한 호기심에 마음이 절로 일렁인다. 이번 주말은 봄볕을 벗 삼아 이우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7. 7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8. 8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3. 3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