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립 인간극장] <11> 두석장 - 김극천 장인

나비·박쥐모양 이음새 단 옛 가구 … 80년대 혼수품 공동구매도 했죠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이우정 PD
  •  |   입력 : 2022-04-05 19:23:34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금속소재 고급 가구장식재 두석
- 조선시대부터 신혼부부에 인기
- 놋쇠로 만들다 18세기 백동으로
- 日 패망 뒤엔 탄피 녹여 제작도

- 70년대 합금제작 공장 하청주며
- 대부분 공방 제련법 명맥 끊겨
- 막내아들 아버지 기술 잇기 나서

화초장. 작은 서랍간과 수납공간이 딸린 소목가구. 그네 타는 댕기머리 소녀나 꽃·노루를 새겨넣은 그림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과거 어른들의 안방이나 마루에선 화초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초장 이음새와 서랍·여닫이문고리를 장식하는 금속재 장신구를 두석(豆錫) 또는 ‘장석’이라고 한다. 목재 가구 위에 덧대 못질로 마감한 두석은 나무의 트임을 방지하고 이음새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김극천 두석장이 통영 명정골 장석집에서 장석을 실톱으로 자르고 있다. 이우정PD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 두석을 만드는 두석장(豆錫匠)이라는 호칭이 등장한다. 공조(工曹)에 속한 두석장은 주석·아연을 합금한 놋쇠(황동)를 이용해 두석을 만들어 가구를 마감했다. 여염집 부모들은 딸을 시집 보낼 때 나비나 박쥐 형태로 제련된 두석장(豆錫欌)을 찾았다. 이런 풍습은 현대까지 이어졌다. 재료도 귀한 데다 얇은 금속판을 다잡아 모양을 내는 고급기술을 요했기에 두석으로 마감된 가구는 값이 제법 나갔다. 1980년대엔 두석장을 맞추기 위해 여러 집이 계를 하는 풍경도 흔했다. 오늘날로 치면 장기간 ‘공구(공동구매)’인 셈.

느티나무 나비장석 이층장. 김극천 두석장이 제작한 장석이 부착됐다. 김채호PD
계절 따라 가구를 바꾸는 시절이 되면서 두석을 쓴 가구를 보기는 어려워졌다. 그래도 전통 두석 제작기법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국가무형문화재 64호 보유자 김극천(71) 두석장을 최근 경남 통영의 작업장에서 만나 두석에 얽힌 일화를 들었다.

두석이라고 할 때 쓰이는 글자는 콩 두(豆) 자다. 이는 재료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와 연관이 있다. 김 두석장은 “과거엔 장석을 만들려면 기다란 가락 형태로 합금을 만들어 두드리고 달구기를 반복했다. 합금을 길고 얇게 늘이기 위해서다. 이 때 달군 합금을 망치질하면 ‘타당’ 하고 꼭 콩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만든 합금은 콩처럼 누런 색을 띤다고 해서 두석(豆錫)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고 설명했다.

19세기 들어 누런 빛이 도는 놋쇠 대신 선명한 은백색의 백동(백통)이 주된 재료로 자리 잡았다. 구리와 니켈을 합금한 것으로 김 두석장 또한 백동을 사용한다. “일제가 패망한 뒤 전쟁에 사용된 탄피나 일본 동전이 한반도 곳곳에 지천이었어요. 이들 금속이 함유한 것이 니켈입니다. 실제 탄피와 동전을 녹여 두석에 사용했습니다. 두석 재료가 바뀐 것은 재료 수급과 연관돼 있습니다.”

김극천 두석장.
1970년대 후반에는 백동 사용에도 변화가 일었다. 장작 대신 연탄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두석공방들도 연탄을 도입한다. 문제는 연탄을 사용하자 백동에 전에 없던 녹이 슬기 시작했던 것. 서둘러 찾은 대체재는 스테인리스였다. 그런데 스테인리스로 만든 장석은 처음엔 빛도 모양도 곱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세 변색되거나 변형됐다. 결국 다시 백동이 장석 재료로 사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중대한 기술 유실이 일어났다. 김 두석장은 “장작이 연탄으로 바뀌며 백동과 스테인리스 재료를 번갈아 사용하는 과정에서 두석공방이 직접 백동을 만드는 대신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는 전국 대부분 공방에서 백동 제련 기술이 실전(사라지는)되는 결과를 낳았다.

장석을 만드는 일은 우선 합금 가닥을 두드려 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두께는 0.5㎜로 매우 얇다. 김 두석장은 “펴진 판 위에 정을 이용해 본(도안)을 그린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나비와 박쥐 문양이다. 나비는 부부간의 금슬을, 박쥐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본이 완성되면 작두와 실톱을 이용해 모양대로 잘라낸다. 이 단계까지 장석의 표면은 거칠다. 줄로 깨끗하게 다듬은 뒤 표면에 문양을 새겨 입체감을 더한다. 기왓장이나 깨진 장독 등을 곱게 간 뒤 헝겊으로 말아 닦아내면 장석에선 은은한 광택이 감돈다. 두석장들은 이 같은 금속 성형 작업에 앞서 장석이 부착될 가구의 규격을 측정해 딱 맞는 크기의 장석을 만들었다.

“가구를 짜서 아직 칠하지 않은 상태를 ‘백골’이라고 해요. 보통 가구를 짜는 측에서 백골 단계까지 완성한 뒤 우리를 불러요. 두석장은 규격을 잰 뒤 작업장으로 돌아와 장석을 만듭니다. 장석 작업에 드는 시간은 가구의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짧으면 열흘, 길면 한 달 보름이 필요해요. 그 사이 백골은 칠을 입고 가구가 됩니다.”

못질로 장석 붙이기를 마쳐야 비로소 가구가 완성되는데, 이 단계에서 가구를 짜는 소목장과 두석장의 호흡이 중요하다. 소목장 측에서 못을 박아도 될 만한 곳에 미리 못질을 해두면 두석공방의 하급 장인이 그 자리에 장석을 붙였다. 마무리 단계인 장석 부착에서 간혹 가구가 상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고자 생겨난 일종의 불문율이다.

이처럼 두 공방의 일꾼들은 늘 서로의 작업장을 오가야 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나전칠기 갓 부채 연 등 공물을 생산하는 공방이 모여들면서 통영 문화동 일대엔 ‘통영 12공방’이 생겨났다. 12는 ‘많다’는 의미로, 솜씨 좋은 장인들이 몰리며 꽃핀 공예문화 속에 1980년대까지도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김 두석장이 공방 일에 발을 들인 것은 고교생 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공방 경기가 좋았던 시절 이 공방 저 공방을 오가며 심부름만 거들어도 용돈을 두둑히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3년6개월간 군복무를 마치고선 본격적으로 두석 일에 뛰어들었다. 선대 두석장이자 부친인 김덕용 선생과 김 두석장은 밀려드는 주문 속에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요즘은 두석공방의 호시절도 저물었다.

김 두석장은 “관에서든 민간에서든 새로 두석을 만들어 달라는 수요는 이제 없다. 다만 내 세대에 속하는 이들 가운데 장석이 달린 가구를 여전히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석도 세월이 흐르면 떨어지거나 고장나는데, 이걸 수리해달라며 찾는 이들은 제법 된다. 이 또한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김 두석장은 8년 전 막내 아들 진환(41) 씨가 두석 일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보였을 때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그는 “국가에서 월 150만 원가량 지원비가 나오지만 이는 제자 육성·작품 제작 등에 써야 하는 돈이다. 결혼한 아들로서는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면서도 “아들이 ‘내가 잇지 않으면 아버지의 기술이자 나라의 문화 자산인 두석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더라. 고마웠다”고 했다.

이수자인 아들의 성취를 묻자 김 두석장은 “지금껏 해온 만큼은 더 매진해야 진정한 기술자라 불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엄한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 이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 중에도 현실적 여건의 편차가 크다.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지원에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전승교육사들의 어려운 형편을 살피고 개선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 제작지원 BNK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단지 우회하려…봉래산터널(부산대교~동삼혁신도시 핵심시설) 2.78→2.99㎞ 변경
  2. 2내년 ‘초등 전일제’ 도입…만5세 입학 사실상 폐기
  3. 3"행복주택 공사비도 올려달라"…곤혹스러운 부산도시공사
  4. 4‘만인의 연인’ 올리비아 뉴턴 존, 30년 암투병 끝 별세…향년 73세
  5. 5[CEO 칼럼] 연꽃에 관한 소고
  6. 6부산형 오페라하우스 만들자 <3>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주체는
  7. 7삼성 오늘 갤럭시Z 폴드4 플립4 공개..."화면비율 애매" 불만
  8. 8“그린벨트 풀어 산단·신도시 조성…울산을 일자리의 바다로”
  9. 9스트레일리, 첫 등판부터 ‘에이스 킬러’ 안우진과 맞대결
  10. 10기재부 “영도군부지는 그린벨트, 부동산 영향 없을 것”
  1. 1尹, 윤희근 경찰청장 임명 강행 예정
  2. 2‘기소땐 당직정지’ 당헌 개정 놓고 민주 당권주자 연일 충돌
  3. 3'이준석 키즈' 박민영 대통령실行, '배신자' 비난엔 "사람에 충성 안 해"
  4. 4尹대통령, 호우피해에 "불편 겪은 국민께 죄송" "국민안전, 국가가 무한책임"
  5. 5이준석, ‘비대위 가처분’ 신청…주호영은 비대위원 인선 착수
  6. 6尹 대통령도 고립? 서초동 자택서 새벽까지 재난상황 보고받고 지시
  7. 7윤석열 대통령 출근시간 조정 지시...주택 250만 공급 발표 취소
  8. 8동구 55보급창 남구 신선대 이전 문제로 정치력 시험대 선 박재호 안병길
  9. 9李 "국세, 지방세로 전환" 朴 "단체장과 상시 회의" 姜 "지방세 분배 개편을"
  10. 10박진,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시진핑 주석님의 방한을 기대"
  1. 1"행복주택 공사비도 올려달라"…곤혹스러운 부산도시공사
  2. 2기재부 “영도군부지는 그린벨트, 부동산 영향 없을 것”
  3. 3다음달 15일부터 최저 3.7% 금리 ‘안심전환대출’ 신청
  4. 4쪼그라든 부산 취업자 증가 폭…2월 4만 명→7월 4000명
  5. 5미국 반도체 굴기 선포...2800억 달러 투자에 삼성전자 수혜
  6. 6[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스마트폰 재미있게 써볼까...영국 '낫싱'의 폰원 리뷰
  7. 7루마니아, 2030엑스포 사실상 부산 지지
  8. 8부산 ‘인구과소지역’ 비율 2년 째 감소
  9. 9지역기업 30%만 친환경 사업 추진·검토…친환경 이슈에 소극적
  10. 10삼성전자 노사 첫 임협...'무노조경영 폐기' 파업 위기 넘어
  1. 1아파트단지 우회하려…봉래산터널(부산대교~동삼혁신도시 핵심시설) 2.78→2.99㎞ 변경
  2. 2내년 ‘초등 전일제’ 도입…만5세 입학 사실상 폐기
  3. 3“그린벨트 풀어 산단·신도시 조성…울산을 일자리의 바다로”
  4. 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 대구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김상진 관장
  5. 5열대야 부산 아파트 에어컨 화재...집주인 등 11명 대피 소동
  6. 6서울 경기 인천 호우특보 해제...사흘간 16명 사망 실종
  7. 7“한국 진동저감 기술 우수성 세계에 알리게 돼 뿌듯”
  8. 8부울경 오늘 내일 모레도 낮 최고 30~35도...열대야도 지속
  9. 9부산, 글로벌 신산업 혁신 특구 추진위 꾸려 잰걸음
  10. 10오늘의 날씨- 2022년 8월 10일
  1. 1스트레일리, 첫 등판부터 ‘에이스 킬러’ 안우진과 맞대결
  2. 2‘라스트 댄스’ 이대호, 물타선에 쉴 수도 없다
  3. 326일 청주서 여자농구 박신자컵 개막
  4. 4이소미, KLPGA ‘대유위니아’ 2연패 도전
  5. 5[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주전 빠지니 졸전 거듭…민낯 드러낸 얇은 선수층
  6. 6한국인 최연소 PGA 제패…20살 김주형 새 역사 썼다
  7. 7아쉽다 전인지…눈앞에서 놓친 커리어 그랜드슬램
  8. 8오버네트 비디오판독 추가…달라지는 프로배구 규칙들
  9. 9고신대 전국태권도대회 11일 개최
  10. 10부산 농아인 게이트볼 체육대회 열린다
부산형 오페라하우스 만들자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주체는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이달균의 시조평론집 ‘시조,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문화 다이어리 [전체보기]
바리톤 최성규 독창회 外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예술로 승화시킨 동물의 세계…라이온킹, 이유있는 1억 관객몰이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의 위엄…박력과 섬세함이 공존한 베토벤 소나타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인기 역사에세이 중앙박물관편 外
일본 출장 중 만난 주점 여주인 外
서상균의 그림으로 책 보기 [전체보기]
인간의 순리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진짜’ 놀이터
청력 잃고 겪게 된 차별의 벽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생(生)을 묻다 /하정철
의자 /김순분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소년심판’ 판사로 열연 호평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비상선언’ 이병헌·송강호
‘외계+인’ 최동훈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대본·연기에 녹아든 진정성, 우영우가 사랑받는 이유
‘속편 영화 전성시대’의 명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한산 : 용의 출현(2022)' 명장을 돋보이게 하는 건 훌륭한 적수
‘탑 건 : 매버릭(2022)’ 속편 제작까지 36년…그렇게 역사는 이어진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8월 1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8월 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 우드스탁 1999’
SBS 드라마 ‘오늘의 웹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2년 8월 10일(음력 7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2년 8월 9일(음력 7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한여름 백일홍 핀 모습 보고 시 읊은 여헌 장현광
기호학파 학맥 계승한 전우의 ‘간재집’ 분언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유콘서트
  • Entech2022
  • 2022극지체험전시회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