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래여중 인문학 동아리
- 4개 작품 감상평·생각 담아내
- 10대 만의 예리한 시각 눈길
코로나19가 만든 생경한 풍경 중 하나는 텅 빈 영화관이다. 이전까지는 눈길을 끄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해외 유명 영화제 수상작이 극장에 걸리면 너도나도 영화관으로 향했고, 1000만 영화가 해마다 탄생했다. 하지만 집합금지와 방역수칙 확대로 영화관은 추억의 장소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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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여자중학교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호밀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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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영화를 향한 한국인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OTT(온라인 상영) 서비스가 늘면서 영화관 말고도 어디서나 영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교훈과 교육적인 의미를 찾는 활동도 계속된다. 동래여중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면’이 내놓은 책 ‘교실 영화관으로 초대합니다’를 보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책 ‘교실 영화관으로 초대합니다’는 동래여중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소속 학생들이 쓴 글 44편으로 이뤄졌다. 올해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코로나 키워드로 영화 읽기’로 주제를 정하고 교사와 학생이 토론해 ‘레드슈즈’ ‘김씨 표류기’ ‘투모로우’ ‘리틀 포레스트’ 4편을 선정했다. 각각의 영화에 ‘정체성·나’ ‘관계·소통’ ‘환경·공존’ ‘성장·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글을 썼다.
영화를 보고 감상 활동지 쓰기, 인물 뇌 구조도 그리기, 줄거리 요약해 말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영화 에세이를 완성하는 데 한 편당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학생들의 이러한 생각을 담은 영화 에세이는 이들의 성장 과정이 편집된 ‘성장 기록’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청소년의 예리한 시각과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표현 방법이다.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레드슈즈’에서는 영화에서 제시한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오히려 외모에 대한 편견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전 지구적 재난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에 대한 감상평으로는 미래세대에 전할 유산을 망가뜨려온 기성세대에 따끔한 일침도 던진다.
독특한 전개와 디자인도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영화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대목을 ‘예고편’, 관련 에세이는 ‘영화 관람평’, 작가명을 쓴 ‘엔딩 크레딧’ 등의 제목으로 영화관에 입장한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영화 속 장면을 묘사한 일러스트와 명대사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올해로 3년째 동아리와 함께 하는 이제훈 교사는 “생각하는 힘이야말로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인문학 동아리를 거쳐간 학생 가운데 예비 국어 교사,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