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맞춤 대사도 친근함 높여
- 드림씨어터서 내달 8일까지
네 사람이 각각 다리 하나씩을 맡은 거대한 코끼리가 느릿느릿 무대로 등장하자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네 개의 장대를 짚고 머리에 긴 모자를 쓴 채 기린의 몸통이 된 사람도 있다. 수레바퀴를 회전시키며 가젤 떼가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프리카 풍의 노래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영양 얼룩말 코뿔새 등 수십 마리의 동물이 저마다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새 아프리카 초원이 된 첫 무대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선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
| 뮤지컬 ‘라이온킹’의 대표곡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흐르는 가운데 동물들이 무대에 오른 장면. ⓒDisney |
다음 달 8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라이온킹은 1994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줄거리는 같다.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는 내용이다.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2019년에는 실제 동물이 나오는 실사 영화도 제작됐다. 이미 같은 내용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음에도 199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현재까지 21개국 1억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해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첫 장면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줬다.
뮤지컬 라이온킹이 독보적인 지점은 인간이 동물을 표현해내는 기발한 상상력에 있다. 단순히 동물 탈을 뒤집어쓰고 동물을 흉내 내려 하지 않는다. 얼굴을 드러낸 배우가 마스크나 퍼펫(신체 일부와 연결해 조종하는 인형)을 이용해 동물을 예술적으로 구현한다. 200여 개의 퍼펫과 마스크 분장 의상 보디페인팅 등으로 인간과 동물이 혼연일체 된 모습이 주는 감동은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라는 뜻으로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을 합친 말)이나 ‘이중노출’(Double event)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을 창조한 것은 라이언킹의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98년 토니상에서 여성 최초로 연출상을 받았다.
라이언킹은 지역 맞춤형 대사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등장인물이 “국제시장에서 파는 샤워커튼 같구먼”이란 말을 하는데, ‘국제시장’이란 익숙한 부산 지명이 배우의 입에서 나오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안녕하세요” “아리랑” 등 한국어 대사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 공연은 티켓 가격이 7만~18만 원. 지난 주말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 극장인 드림씨어터 객석(1700여 석)은 거리두기 제한도 사라져 관객이 빼곡히 들어찼다. 드림씨어터 관계자는 “무대가 잘 보이는 주요 객석은 대부분 매진됐다. 최근 초대형 작품을 즐기기 어려웠던 지역 관객들에게 글로벌 히트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숫자로 보는 라이온킹 |
등장하는 퍼펫 수 |
235개 |
마스크 제작 기간 |
1만7000시간 |
가장 무거운 퍼펫 |
멧돼지(품바) 20㎏ |
가장 키 큰 퍼펫 |
기린 5.5m |
가장 큰 퍼펫 |
코끼리 (길이 4m·높이 3.5m ) |
가장 작은 퍼펫 |
쥐 12㎝ |
등장하는 동물 수 |
25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