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관가야 수로왕 창건 전설 간직
- 삼층석탑·암벽에 새긴 불상 등
- 야사·문화재 가득 유서 깊은 사찰
- 조선 ‘인조반정’ 배경 무협사극서
- 물고기 떼 같은 ‘만어석’ 등 장관
- 최민수 연기 어우러져 큰 인기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만어사는 2003년 7월 개봉한 무협영화 ‘청풍명월’을 촬영한 곳이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인조반정이 일어났던 황폐한 시기에 최고의 검객으로 손꼽히는 지환(최민수)과 규엽(조재현)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무협 사극이다. 규엽의 칼에 맞은 지환이 숨어 지내던 곳이 만어사다. 영화는 만어사 미륵전과 절 앞 너덜겅 돌무덤 지대에서 촬영했다. 주인공인 지환은 이곳에서 반정 주동자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당시 지환이 지내던 장면을 통해 만어사와 주변의 절경이 스크린을 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
| 밀양 만어사 돌무덤. 멀리 낙동강이 흘러 돌무덤 더미가 마치 물고기 떼처럼 보인다. 청평명월의 주인공인 지환(최민수)의 고민이 겹치면서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룡 기자 |
■수로왕 창건 전설
통도사 말사인 만어사는 금관가야를 건국한 수로왕이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찰은 대웅전 미륵전 삼성각 요사채 객사가 있으며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암벽에 새긴 아미타불도 눈길을 끈다. 만어사는 삼랑진읍 시가지에서 20㎞가량 떨어진 외곽에 있지만 이러한 역사적 지명도에 빼어난 풍광을 갖춘 데다 삼랑진역이 가깝고,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잘 갖춰진 접근성 덕분에 영화 촬영지로 선택됐다.
만어사에는 문화재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전설과 야사가 전해져 신비로움과 흥미를 준다. 만어사의 미륵전 안에는 높이 5m 정도의 뾰쪽한 자연석이 있다. 이 자연석은 용왕의 아들이 변한 미륵바위라고 전해진다. 이 바위에 빌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여성이 이곳을 찾아 치성을 올렸다고 한다.
미륵전 아래에는 무수한 돌무덤이 깔렸는데 용왕을 따르던 물고기들이 변해서 됐다고 해서 만어석으로 불린다. 만어사라는 사찰 명칭도 여기서 유래했다. 만어석은 두들기면 맑은소리가 난다고 해서 종석이라고도 한다. 이런 전설을 들은 관람객들이 실제 소리가 나는지 알아보려고 작은 돌을 돌덩이에 대 두들기는 바람에 돌이 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찰 마당 끝의 반석과 돌무덤은 자연 벤치가 돼 시원한 바람과 함께 평온한 휴식을 즐기게 해준다. 사찰의 소원돌도 인기다. 돌이 들려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져 관람객이 너도나도 낑낑대며 돌을 드는 모습이 재미있다.
■비례와 균형 3층석탑
 |
| 보물로 지정된 밀양 만어사 3층석탑. |
만어사는 창건 이후 신라시대에는 왕과 왕비가 단골로 불공드리려고 찾았을 정도로 유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하지만 ‘삼국유사’를 보면 고려 명종 11년(1181)에 창건됐다고 나오며 이때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어사의 유일한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삼층석탑은 고려 중기 양식의 석탑이다. 단층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렸는데 이런 형태는 고려 시대 석탑에 흔히 나타난다. 신라시대 석탑보다 조형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비례와 균형을 보여주는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어사는 아직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가락불교의 종찰로 여겨진다. 사실로 밝혀지면 우리나라 불교 전래 역사를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삼국유사의 만어사 유래에 관한 기사에서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기록에는 가락국 수로왕 때 옥지라는 연못에 살던 독룡과 이 산에 살던 나찰녀가 서로 좋아하면서 뇌우와 우박을 일으켜 4년 동안 오곡의 결실을 방해했다. 이에 수로왕이 주술로 이를 금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도의 부처님에게 도움을 청하자 부처님이 여섯 비구와 1만 명의 천인을 데리고 와서 독룡과 나찰녀를 항복시키고 모든 재앙을 물리쳤다. 수로왕은 이에 감복해 만어사라는 절을 지어 은덕을 기렸다고 전한다.
■최민수의 고뇌
무수한 돌무덤이 깔린 너덜겅 뒤로 멀리 아래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돌무덤 더미가 마치 강 한가운데 물고기 떼가 무리를 지은 것처럼 보여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초겨울 운무가 끼여 낙동강이 희미하게 보일 때면 돌무덤 일대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절경을 연출한다. ‘청풍명월’ 제작팀이 이곳을 주인공의 은신 장소로 선택한 곳도 이처럼 빼어난 풍광을 갖춘 데다 높은 산 정상부에 자리 잡아 은신처로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유서 깊은 역사까지 갖춘 점을 고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너덜겅과 은둔 중인 주인공의 고뇌에 찬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막역한 친구에게 배신당한 주인공의 결기와 함께 우정과 복수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만어사는 해발 670m의 산 중턱에 있어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지만 차량으로 쉽게 오갈 수 있다. 만어사를 품은 만어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조망이 탁 트여 등산객이 즐겨 찾는다. 풍광에 전설과 야사가 더해져 흥미와 신비로움을 더하는 고찰이다. 주말에 만어사를 찾아 ‘청풍명월’의 영화 속 장면도 되새기면서 2000년 전 가락국 종찰로서 왕과 왕비 등 귀족층은 물론 뭇 백성이 애환과 고충을 털어놓고 소원을 빌던 장면을 회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