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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삶 독일 천재작가 클라이스트, 희곡으로 지식인 꼬집다

클라이스트 희곡선 - 배중환 옮김/해피북미디어/2만8000원

하일브론의 케트헨 -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배중환 옮김/부북스/89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05-12 19:44:5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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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중환 교수 대표작 모음집 번역
- 드라마틱한 삶이 작품에 큰 영향

독문학자 배중환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가 독일의 요절한 천재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1811·사진)의 대표 작품을 모은 ‘클라이스트 희곡선’을 우리말로 옮겨 독자 앞에 내놓았다. 배 명예교수는 클라이스트의 희곡 작품을 연구하면서 꾸준히 한국어로 번역해왔다.

역사상 유럽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인 18세기 말~19세기 초 클라이스트는 예술가로서 불꽃처럼 타올라 화인(火印) 같은 희곡과 소설 작품을 남기고 황급히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궁핍은 더해지고 고독이 그를 에워쌌다. 결국 1811년 11월 21일 작가(클라이스트)는 중병을 앓고 있던 유부녀 헨리에테 포겔과 함께 반 호수에서 권총 자살했다.”(434쪽 해설 중) 이때 클라이스트는 서른네 살이었다.

배 명예교수는 책에 실은 클라이스트 소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사후 2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그는 독일 고전 작가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특성을 지닌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이스트가 현대 독일문학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며, 그의 작품에 대한 성가(聲價)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구글에서 ‘Kleist’로 검색해보니 다채로운 자료가 뜨고, 그를 기리는 조형물 앞에 꽃이 놓인 사진이 많아 독일 문학에서 갖는 그의 존재감과 생기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클라이스트 희곡선’에 있는 해설과 작가연보를 보면 그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강렬하고 극적인 삶을 살았으며, 요절한 탓에 실제로 창작에 몰입한 시기가 짧았음을 알 수 있다. 불꽃처럼 피어 올랐던 천재형 작가였다. ‘클라이스트 희곡선’에는 희곡 ‘깨어진 항아리’ ‘암피트리온’ ‘홈부르크 공자(公子)’가 실렸다.

‘깨어진 항아리’는 클라이스트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속도감과 짜임새가 좋아 술술 읽히는데, 작품 속에 지식인의 허위·거짓·비겁함을 꼬집는 풍자가 선명하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 ‘양반전’에서 느낀 호쾌함과 비판정신을 느꼈다. ‘암피트리온’에서도 클라이스트는 고대 신화의 틀을 빌려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진실에 과연 닿을 수 있는지 찌르듯 묻는다. 그는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등 비극을 쓴 고대 그리스 문인 소포클레스의 영향을 받았다.

클라이스트가 활동한 시기 그의 고국 독일은 프로이센이었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휘저었다. 그는 군인으로 출발했다가 법을 공부해 공무원의 길로 들어서지만 그만두고 스위스에서 농장을 운영하다 결국 예술로 들어서는데 그 뒤에도 언론인 생활을 하고 소설을 쓰는 등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작품에 이런 경험이 스민 듯하다. 배 명예교수는 클라이스트의 또 다른 희곡 ‘하일브론의 케트헨’ 번역서도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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