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병주를 깊이 사랑하지만 그의 약점도 드러내야 평전 쓸 수 있죠”

‘이병주 평전’ 안경환 작가, 경남 하동서 북콘서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05-23 19:38:55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이병주기념사업회 대표 역임
- 불세출 평론가 김윤식과의 인연
- ‘작가 이병주’의 위대함은 물론
- 한때 그와 결별한 일화도 들려줘

‘이병주 평전’(안경환 지음·한길사 펴냄·사진) 북콘서트가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이병주문학관이 주최하고 하동군이 후원했다. 저자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이병주 평전’을 펴낸 뜻과 집필의 관점·기준, 들인 공력, 부딪혔던 벽 그리고 그가 만난 작가 이병주, 인간 이병주에 관해 강연했다. 진주의 노래패 맥박은 이병주 작가의 문장을 빼어난 노래로 만들어 축하공연을 펼쳤다. 드디어 우리는 대문호 이병주(1921~1992)의 삶과 문학을 온전히 담은 982쪽짜리 정본 평전을 갖게 됐다.
지난 21일 경남 하동군 이병주문학관에서 ‘이병주 평전 북콘서트’가 끝난 뒤 안경환(앉은 이) 저자가 독자들이 내민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안경환 저자는 먼저 평전의 의미를 풀었다. “평전은 평(評)자의 의견과 시각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그냥 기록일 뿐입니다. 평전을 쓸 때는 기본으로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못 씁니다. 그 과정에서 쓰는 사람(평자)의 자전적 요소가 일정하게 들어가게 됩니다. 평전에는 ‘그 사람’의 약점이 기술되어야 합니다. 위인전·영웅전과 평전은 다릅니다. 나는 ‘기준 독자’를 나름대로 잡고 그들에게 (서술 방식 등을) 맞추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명하고 탁월한 법학자· 문학저술가로 잘 알려진 안경환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48년 경남 밀양 태생이다. “지금 세대가 영상 세대라면 내가 속한 세대는 독서 세대라 할 수 있다. 요즘 언론 매체 출판·책 담당자 대부분은 이병주를 모른다. 내가 대학 다닐 땐(그는 66학번이다) 주위에 두 부류가 있었다. 이병주를 많이 읽은 사람, 이병주를 적게 읽은 사람. 이병주는 한국 독서 세대에게 가장 많이 읽힌 작가다.”

이어 그는 ‘이병주 평전’ 쓰기라는, 방대하고 까다롭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을 스스로 떠맡은 계기를 들려줬다. “나는 번역서를 포함해 저서 70여 권을 냈습니다. 그중 ‘황용주 : 그와 박정희의 시대’를 쓰면서 ‘이병주 평전’도 쓰겠다고 각오했고 그런 다짐을 밝혔습니다. ‘이병주 평전’은 내가 쓴 책 가운데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갔습니다.” ‘황용주 : 그와 박정희 시대’는 2013년 나왔다. 이때를 기점으로 삼으면, 그가 ‘이병주 평전’을 쓰는 데 10년이 걸렸다.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
불세출의 문학평론가 고 김윤식(1936~2018) 선생과 안경환 저자가 맺은 깊고 오랜 인연을 뺄 수 없다. “한국 소설가의 작품을 거의 모두 읽고 평가한 분이죠. 책을 200여 권 내셨습니다. 읽고 연구하고 책 내는 일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사람도 안 만나고 공적인 직함도 안 맡고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인사라도 오면 야단쳐서 쫓아 보낸 분입니다. 이분이 유일하게 공적인 직함을 맡아 하신 일이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였습니다. 해마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때 이곳 이병주문학관에서 기조발제를 하셨고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제는 좀 알려진 일화다. ‘그 까다롭고 엄한’ 김윤식 선생이 타계하기 10년 전쯤부터 안경환 저자와는 더욱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한국문학사에 명멸했던 무수한 별들 중에 단 하나만을 고르라면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안경환) “한 사람만 꼽아야 한다면, 이병주를 택할 수밖에 없지! 그의 작품을 모두 모으면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총체가 되거든.”(김윤식) 김윤식 선생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 두 사람이 나눈 이 대화를 저자는 북콘서트에서 중요하게 소개했다.

이 ‘김윤식-안경환 대화’는 굉장히 상징성이 높고 매우 의미가 크다. 작가 이병주는 살아생전 또는 타계한 뒤로도 이른바 ‘주류 문단’ ‘주류 문학평론계’에서는 대접·언급·평가를 제대로 받은 적 없이 오랜 기간 소외됐기 때문이다. 김윤식 선생 같은 거장이 이병주를 꼽은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뜻인데, 역저 ‘이병주 평전’ 출간은 바로 그 의미와 이유를 찾아 떠났던 배가 긴 항해를 일단 끝내고 마침내 항구로 돌아온 격이다.

안경환이 본 이병주는 어떤 작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극도로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스스로 작가가 된 사람’ ‘대학과 문단에 뿌리가 없는 작가’ ‘평론가가 아닌 독자의 작가’ ‘통합적 지성’ ‘누구도 내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끌어안은 포용력’ ‘중립의 이념, 평화주의’ ‘사회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의 조화’ ‘독서·여행·폭넓은 인적 교류’…. 맺음말?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의 작품은 통틀어 대한민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안경환)

저자는 이병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그의 약점까지 드러낸다. 이병주가 박정희는 혹독하게 비판했으면서 전두환은 일정하게 수용하고 포용한 점도 세밀하게 사례를 파헤친다. 저자가 젊었던 날, 전두환에 관한 평가를 놓고 이병주 작가와 사실상 결별했던 일화도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연좌제 폐지, 통금 해제, 두발·교복 자유화 같은 일상의 민주화를 가져온 조처를 이병주 작가가 적극적으로 조언했고 전두환은 이를 수용한 점 등도 함께 전한다. 그는 좀 더 균형감 있고 깊은 응시로 이병주를 평가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10년 동안 100여 명을 인터뷰했는데, 엄정함과 객관성을 지킨다는 집필 원칙에 따라 절반을 책에 못 넣었다고 한다. 책은 거의 ‘강박’을 느낄 만큼 철저히 자료를 제시하고 저자의 시선도 투영한다. 머리말에서는 정범준 작가가 쓴 ‘작가의 탄생-나림 이병주, 거인의 산하를 찾아서’ 등 선행 작업에 고마움을 표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3. 3[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4. 4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7. 7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8. 8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李대통령 ‘강훈식 후임’ 신임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 임명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9. 9한동훈, 법무부 장관 재직시 딸 '허위스펙' 수사무마 의혹으로 고발당해
  10. 10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취지 알리기 총력… 효과는 ‘글쎄’
  6. 6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7. 7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8. 8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9. 9IMF "올해 韓 1인당 GDP 4만3512달러"…부채전망은 대폭 하향
  10. 10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1. 1‘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2. 2[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5. 5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6. 6울산 울주군 화학제품 제조업체서 불, 대응 1단계 인력 200명 동원 진화중
  7. 7진주 상평산단, 주거·생활편의 기능 갖춘 미래형 산업공간 탈바꿈
  8. 8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10. 10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