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고기 구이집 옆 훔친돼지 구이집
버젓이 이웃하며 간판끼리 시위 중
갸우뚱, 선택의 기로
냄새 먼저 코를 꿴다
거리두기 오랜 날 묵언수행 도를 넘어
냉장고 속 냉소주도 냉가슴만 앓던 차
불볕도 어스름 귀갓길
부짖는 잔에 별이 돋는
고구려의 맥적(貊炙)과 같이 돼지는 소와 함께 하늘에게 바치는 귀한 제물이었던 까닭에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기보다는 사료와 청소를 위한 ‘똥돼지’ 수준에 머물렀다. 구한말 들여온 버크셔와 혼종으로 마침내 고기다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조선시대 고기라면 성균관 소속 노비들이 현방(懸房)에서 도축과 유통 및 판매독점권을 부여받아 거래했을 정도로 국가가 관리했던 소고기였다. 이와 대척점에서 소고기를 누릴 여유가 없던 서민의 간절한 소고기의 대체 수요는 저육전(猪肉廛)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돼지고기는 산업화와 맞물려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특히 삼겹살 구이의 혁신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소울 푸드로서 불과 반세기만에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한다. ‘바른’ 것과 ‘훔친’ 것이 공존하는 요지경 같은 세상사를 ‘냉소주’와 함께 정화하는 돼지고기는 지긋지긋했던 ‘오랜 날 묵언수행’을 끝내려 한다. 돼지고기 값이 요동을 치는 속에서 퇴근길 ‘선택의 기로’에서 삼겹살을 찾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