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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황정민이 굿판 벌였던 곳…돌담 등 농촌풍경 정겨워

그 장면 여기서 찍었네 부울경 촬영명소 <8> 영화 ‘곡성’의 함양 도천마을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22-06-12 19:13:0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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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가구 사는 진양 하 씨 집성촌
- “뭣이 중헌디” 명대사 외쳤던 집
- 영화 분위기와 달리 조용한 마을
- 함양 생태마을 둘레길에도 포함
- 담장 넝쿨·350살 나무 등 볼 만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서 상림공원을 지나 북서쪽으로 위천 변을 따라가며 꽃양귀비와 초록의 연잎이 가득한 연밭, 송림을 구경하다 보면 곧 병곡면 도천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소문과 실체가 뒤섞여 진실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곡성’의 촬영지다. 이 마을은 상림공원에서 3㎞만 가면 닿는 가까운 곳에 있다. 날씨가 좋은 때는 상림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도 된다. 마을 입구에 도천마을을 가리키는 표지석과 마을 안내도가 있다. 이 안내도에는 ‘곡성’ 촬영지가 표시돼 찾기가 수월하다. ‘곡성’은 ‘추격자’ ‘황해’ 등의 영화로 주목받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곡성’에서 무속인 역할을 맡은 일광(황정민)이 살을 날린다며 주인공인 종구(곽동원)의 집에서 굿판을 벌인 곳이다. 이 씬은 황정민이 15분 롱테이크로 촬영하며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와는 다른 평화로운 농촌

도천마을은 영화 속의 음산한 분위기와는 달리 조용하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 분위기다. 도천마을은 생긴 형국이 소의 목과 흡사하다고 해서 ‘우루목’이라고 불렀으나 뒤에는 ‘우동(愚洞)’으로 바꿔 표기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지금의 도천마을로 고쳤다고 한다. 한적한 마을에는 야트막한 돌담 위로 장미와 호박 넝쿨이 튼실하게 뻗어나간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도천마을은 진양 하 씨 집성촌으로 현재 80여 가구가 산다.

영화 ‘곡성’의 주인공인 경찰 종구(곽도원)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
이 마을은 영화 ‘곡성’ 촬영지와 함께 함양 중부 제6코스 생태 마을 둘레길(뇌계공원~죽장마을 11.5㎞) 코스에 포함돼 많은 사람이 찾는다. 생태 마을 둘레길 중 1.5㎞에 해당하는 도천마을은 3효자 비각과 하륜 부묘, 하맹보의 생가 앞에 있는 용천송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 씨 3효자 정려비각은 도천마을 앞 송림 숲을 조성한 하맹보 후손의 정려비각으로, 효자 하맹보 하원룡 하필명의 효행을 기렸다. 송림 숲은 위천의 범람으로부터 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다. 마을 뒤편에는 하늘에서 사방으로 뻗친 가지의 폭이 20m에 달하는 용천송이 있다. 수령 350년 된 용천송은 경남도 기념물 제213호다. 이곳은 이명인 남도부로 잘 알려진 빨치산 대장 하준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곡성’ 의미는 지명 아닌 곡소리

2016년에 개봉한 영화 ‘곡성’은 나름의 재미도 있고 미스터리 스릴을 갖춘 공포영화다. 곡성은 지명이 아닌 곡성, 그야말로 곡소리다. 마을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들로 인해 곡소리로 가득 찬 곡성을 표현했다.

평화롭던 마을에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독버섯에 관한 뉴스까지 나오면서 주민은 공포에 휩싸인다. 일본인(쿠니무라 준)이 등장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으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주민은 외지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경찰도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한다.

경찰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종구(곽도원)는 이상한 사건들을 목격하지만 처음에는 별일 아닌 듯 넘어가려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도 알 수 없는 여인인 무명(천우희)을 눈 여겨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딸 효진(김환희)에게까지 문제가 생기자 종구는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고 외지인을 찾아가 당장 떠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계속된 딸의 문제에 무당인 일광(황정민)이 찾아와 굿을 한다. 굿이 시작되자 효진이 괴로워한다. 종구는 괴로워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굿을 멈춘다. 살을 날리는 굿, 그 와중에 장독이 깨지며 까마귀가 나오고 마을은 점차 공포에 휩싸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종구에게 계속해서 무명이 나타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종구는 죽어가는 딸과 외지인, 그리고 계속되는 무명의 등장, 일광의 굿과 마을에서 생기는 께름칙한 사건들로 현혹된다. 영화는 관람자의 해석에 따라 달리 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모든 사람에게 의문점을 남긴 채 영화는 끝난다.

■“그럼 뭣이 중헌디”

마을회관에서 오른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영화 ‘곡성’의 주인공인 경찰 종구(곽도원)의 집이 나온다. 활짝 열린 거무스름한 나무 대문이 있다. 영화를 봤다면 낯익은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 장면으로는 일광이 종구의 집을 찾는 부분을 떠올리면 된다.

대문을 들어서니 ‘ㄷ’자형 마당이 펼쳐진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영화 속 장면보다 너무 좁아 보인다. ‘여기가 맞나’ ‘혹시 굿판을 벌인 건 옆집 마당이 아니었을까’ 하며 담장 너머 옆집을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이는 직접 보는 시야와 카메라앵글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생각된다. 마당에 들어서니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일광이 종구네 집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굿판을 15분 롱테이크로 찍은 하이라이트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촬영장은 세트장이나 폐가가 아닌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집이다.

이곳에서 촬영된 장면은 종구가 아내(장소연) 딸 효진(김환희) 장모(허진) 등과 식사하는 등 일상의 모습, 효진이 악귀 들려 고통스러워하는 대목, 대문 앞에 다시 나타난 무속인 일광, 일광이 종구 집 앞에서 귀신 무명(천우희)을 맞닥뜨리는 부분 등 이밖에도 많다.

영화 ‘곡성’은 “뭣이 중헌디”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영화 속 효진이 한 말이다. 종구가 자신의 딸 효진이 악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꾸 효진에게 일본인을 만난 적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묻자 자기 병이 일본인과 관련 없다며 아버지인 종구가 아닌 관객을 향한 짜증 난 효진이 일침을 날린다. “그럼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믄서 지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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