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물·자료 2만6000여 점 중
- 조선통신사 글·그림 4점부터
- ‘해산정’‘대동여지도’ 등 공개
국립해양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박물관의 ‘보물창고’인 수장고를 처음으로 일반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수장고는 자연재해와 화재 등 인공재해에도 소장유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소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공간이다. 지난 10년간 박물관이 수집한 유물은 총 2만6000여 점. 이들은 재질별로 9개 수장고에 나눠 보관되는데, 이날은 제1, 7, 9 수장고가 외부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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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수장고를 시민에게 공개했다.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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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1층 제1 수장고의 문이 열리자 귀한 해양유물 24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1 수장고는 수집한 유물에 대표번호를 부여하고 정보 정리, 시스템 입력 과정을 거쳐 진정한 소장품으로 등록시키는, 학예사의 실질적인 업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1400여 점의 수집품이 소장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먼저 조선 후기 바다 건너 일본으로 파견된 외교사절단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이 관람객을 반겼다. 1811년 당시 일본 최고의 유학자 마츠자키 고도가 통신부사 이면구에게 지어준 송별시 ‘봉별시고’를 비롯해 수창시 시고 도화소조도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통신사 관련 글과 그림 4점이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전시됐다.
박물관은 교과서에서나 봤던 겸재 정선의 그림 ‘해산정’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도 이번 수장고 전시에 내놨다. 해산정은 조선시대 강원도 고성읍에 있던 정자로, 이곳에서 조망한 절경을 능숙한 붓놀림으로 화폭에 담아낸 작품이다. 부산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나전대모쌍룡문함도 눈길을 끌었다. 여행가방 크기의 이 함은 거북 등딱지와 나전, 어피로 장식한 해양예술품으로서 왕의 복식을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가 소개된 우리나라 첫 근대적 종합잡지 ‘소년’의 창간호도 눈길을 끌었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의성법과 반복법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구한말 대부분 문학이 그러하듯 신문물을 찬양하고 국민 계몽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구입해 아직 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되지 않은 유물이지만 이번에 예외적으로 선보였다.
제7, 8 수장고에선 각각 목재 재질의 유물과 도토·항아리 등을 보관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깨지기 쉬워 진동에 취약한 항아리류는 지진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서랍장에 끈으로 묶어 보관하는 한편 바닥에도 진동의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진 장치를 갖춰 눈길을 끌었다.
박물관은 앞으로 해양유물 수집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소장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우리나라는 유독 미술관은 예술품, 박물관은 유물 중심의 전시 공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박물관도 우수한 해양미술, 나아가 현대미술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해양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물 구입의 기준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오는 9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공동으로 ‘해양문명과 해양성’ 주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