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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34> 강영미 ‘산안개 정원에서 보내는 보현댁의 요리 이야기’

자연이 키운 작물, 정성으로 익힌 장류…‘보약밥상’ 맛있는 이야기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7-10 19:26:3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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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국어교사로 학생 가르치다
- 2016년부터 보현산 인근 정착
- 직접 농사 짓고 약선요리 만들어
- 책 통해 건강한 음식·일상 공유

날씨가 더워지면 입맛이 떨어진다. 대충 한 끼를 먹는 둥 마는 둥, 차가운 음료만 마시게 된다. 어쩐지 ‘몸’에 미안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강영미 씨의 ‘산안개 정원에서 보내는 보현댁의 요리 이야기’를 만났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을 소개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란 신전을 짓는 건축가다.” 이 말에 이어 저자는 이런 당부를 했다. “보현댁의 책을 읽는 분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나 밀키트 식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신전처럼 만드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책 속에서 요리 만드는 방법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이 저자의 일상, 그 요리에 얽힌 이야기들이었다. 경북 보현산에 사는 보현댁 강영미 씨를 만났다.

■ 보현산에서 익어가는 삶

경북 보현산 중턱에 살고 있는 강영미 작가가 장독대를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보현산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에 걸쳐 있다. 높이 1124m로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의 중앙부에 위치한다. 북방계식물의 남방한계선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보현산에는 800종이 넘는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경북의 자생식물 보고이며, 우리나라 생태 환경에서도 보물산이다.

강영미 씨는 보현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낮은 산 중턱에 살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부산에서 이곳까지 오자면 힘든 길이었을 것이다. 요리책을 낸 소요유출판사 박윤희 대표의 차를 타고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보현산 아래를 달리는 길은 아름다웠다. 봄에 벚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시다는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금은 긴 녹색터널을 지나는 듯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여름 햇살이 반짝였다.

저자는 1960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30년간 중고생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남편도 국어교사였다. 강영미 씨 부부는 평생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교육현장의 문제를 느꼈고, 대안학교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안학교 대신 체험학교를 해보자로 계획을 수정했다. 제자들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면서 “선생님, 우리 아이들은 친가도 외가도 도시에요”라고 고민하는 걸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외갓집 체험학교를 해보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체험학교 부지를 찾다가 보현산과 인연이 닿았다.

강영미 씨는 2016년 보현골로 들어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며 약선요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책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보현골에서 나는 기억도 희미한 외할머니의 장맛을 재현하고 싶었고, 손맛이 깊었던 친정엄마의 반찬들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외할머니의 정갈했던 장 항아리에 담긴 장처럼, 따스한 부뚜막에서 날마다 흔들리며 풍미 깊은 맛을 더했던 식초처럼 내 삶을 익히고 싶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손맛이 어디에서 왔는지 느껴졌다. “대학촌에서 하숙을 치면서 학생들에게 맛있는 밥을 먹이는 엄마를 많이 도왔지요. 전 중학교 2학년 때 깍두기를 담았다구요!”

■ 이야기가 있어 더 맛있는 음식

산안개 정원에서 보내는 보현댁의 요리 이야기- 강영미 지음 / 소요유 / 2022
보현골 집 바로 밑에 넓은 밭이 있다. “우리가 먹을 걸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을 내다가 실패도 했는데 지금은 26가지 농작물을 키워요. 농약 안치고, 딱 우리가 먹을 만큼! 대추나무가 있구요 열무 머위 호박 오이 가지 고추….” 낯익은 채소 이름을 듣는 동안 시장 채소가게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이 농사는 가시오이 3포기, 백오이 4포기 이런 식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큰 수술로 건강이 안 좋았던 강영미 씨는 보현산에 들어와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번은 동네 할머니들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갖다 드린다. “할머니들이 ‘영감이 반찬’이라고들 하시더군요. 영감님이 돌아가시면 제대로 식사를 안 하시는거지요. 평생 밥을 했으니…. 그래서 할머니들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강영미 씨의 넉넉하고 알뜰한 마음이 보현골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저자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았다. 책에서 보았던 가지구이 잡채, 콩잎 물김치와 강된장이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콩나물 해물찜, 열무김치, 머윗대 무침, 호박잎 쌈…. 준비하느라 힘드셨겠다고 인사부터 드렸다. “재료만 준비되면 금방인 걸요.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었답니다”는 상냥한 답이 돌아왔다. “재료만 준비되면”이라는 이 말에 많은 시간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일년 내내 재료를 준비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우리 음식은 눈에 보이는 상차림이 전부가 아니다. 그야말로 정성과 노력이 촘촘하게 배인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음식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 책도 ‘정월 약초장’ ‘약선 고추장’ ‘청국장’ ‘조청, 식초, 산야초 발효액’ ‘보리 쌈장’ ‘맛간장’ 이야기와 만드는 법부터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요리를 소개한다. 모든 요리마다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콩잎 물김치는 어렸을 적 먹어본 이후 처음이어서 자꾸만 손이 갔다. 반찬으로 만들 수 있는 부드러운 콩잎이 열리는 콩은 종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책에서 처음 알았다. 부드러운 콩잎이라 해도, 경상도 외의 지방에서는 먹지 않는다고 한다. 콩잎 물김치를 먹는데 책 속의 설명이 떠올랐다. “초록의 부드러운 콩잎을 따다 물김치를 담가 푹 익힌 다음, 강된장을 끓여 쌈을 싸먹으면 그야말로 둘이 먹다 다 죽어도 모르는 맛이다.” 그대로 먹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맛이다. 밥을 먹고 난 뒤 짙은 보리차 색의 물 한잔을 따라 마셨다. 맛이 달면서도 구수했다. 속도 편안해졌다. 대추 우엉 무 둥굴레 황칠 연잎 연근 겨우살이로 끓여낸 약차이다. 그냥 보리차는 아닐 거라 짐작했지만 8개의 재료가 들어갔다니 이건 보약이다.

식사를 끝내고 장독대로 나갔다. 장독대를 살펴보는 강영미 씨 뒤로 보현산 정상이 보였다. 안개가 흐르면 한 폭의 그림이겠다. 그래서 책 제목이 ‘산안개 정원에서 보내는 보현댁의 요리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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