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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2> 전남 신안 앞바다의 병어

쫄깃 회·보들보들 구이·달큰 조림…어떻게 내놓아도 ‘병어는 병어’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7-19 19:41:1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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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옥한 갯벌에 많은 젓새우 좇아
- 살집 오른 제철 병어·민어 몰려

- 뼈째 썰어낸 회 씹을수록 고소
- 집된장 곁들이면 짭조롬 맛 일품
- 깻잎·양파에 땡초 올려도 좋아

- 얼큰한 국물 부드러운 흰살 매력
- 현지인들은 조림·구이도 즐겨

제철을 맞은 병어를 위해 전라남도 신안군을 찾았다. 신안은 순천, 무안과 더불어 넓고 비옥한 갯벌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모든 갯것의 모태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수많은 바다 생명이 나고 자라고 번식을 한다.

산란철이면 영양분을 품고 있는 신안 갯벌로 젓새우가 몰려들고 젓새우 따라 작은 물고기, 작은 물고기를 따라 큰 물고기가 몰려와 신안 앞바다를 메운다. 특히 신안은 젓갈용 새우젓 어장이 크게 조성되는 곳이다. 그래서 여름철로 접어들면 산란을 위해 민어와 병어가 몰려오는 최대 산란지이기도 하다.
은빛 병어회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별미다.
■7월 신안 앞바다 민어·병어 한철

광주전남연구원 김준 박사의 안내로 신안의 ‘송도수산물유통센터’를 들른다. 한창 때인 병어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송도항의 수산물유통센터로 가는 길에 병어조형물이 서 있다. 병어 생산지로서의 자부심이 가득 묻어난다.

“신안에는 3~4월이면 깡다리(황석어)가 몰려오고 5~6월에 병어, 7~8월에는 민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중 7월 한 달은 병어와 민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신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영준(64) 송도수협공판장 중개인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현재 신안 앞바다는 민어, 병어가 한창이다. 살집 오른 병어는 신안을 거쳐 인근 광주 목포 등 대도시로 공수되어 병어회 병어구이 병어조림 병어찜 등으로, 그 부산물은 병어젓으로 담가두고 김장 등에 쓰이기도 한다.

병어는 신안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어족 중의 하나. 숭어와 더불어 조상 제사상에 올릴 정도로 입에 익은 어종이다. 병어를 꾸덕꾸덕하게 말려 쪄서 제사상에 올리는데, 그 짭조름하고 깊은 어향이 밥 한 공기 뚝딱할 정도이다.

짭조름하면서 고소한 병어조림 한상차림.
병어는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데 한 상자당 20미(마리), 30미, 40미로 크게 분류된다. 20미는 마리당 500g 내외, 30미는 300g 내외, 40미는 300g 이하의 병어로 한 상자를 채운다. 큰 놈들은 마릿수로 팔리기도 한다. 올해는 조금 늦게 병어 어장이 형성돼 어판장 가게마다 상자 가득 차곡차곡 병어가 쌓여 있을 정도다.

병어는 농어목 병어과의 생선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병어’와 주로 큰 놈들로 위판되는 ‘덕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병어’는 주로 20~30㎝ 내외의 크기로 위판되는데, 큰놈은 60㎝까지 자란 놈도 보인다. 신안에서는 ‘병치’라 부르기도 하고 몸체가 작은놈은 ‘자랭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큰 크기의 병어를 ‘덕자’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덕대’는 병어과 중에 주로 큰 크기로 잡혀 올라오는데 ‘참병어’ ‘덕재’ 등으로도 불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덕대’와 큰 크기의 병어 ‘덕자’를 혼용하기도 한다. 맛은 크게 차이가 없으나 상대적으로 몸체가 크게 유통되는 덕대가 조금 비싸게 팔린단다.

병어
신안군 지역은 유자망이나 닻자망으로 병어를 잡는다. 유자망 어업은 물고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그물을 수직으로 내려서 조류를 따라 물고기가 그물코에 걸리게 하여 잡는 어업이고, 닻자망은 그물 아랫부분에 닻을 달아 고정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임자도 하우리항 인근으로 돌아든다. 하우리 해변 북쪽으로 섬이 두 개 있는데, 대태이도와 육타리섬이다. 이 섬 사이 해변 모래밭에 한때 큰 파시가 섰다. 일명 타리 파시. 파시가 서면 굵직한 민어와 살 오른 병어가 모래밭을 가득 메웠다. 고기를 따라 뱃사람과 상인이 모이고, 이들이 기거하는 움막과 이들을 위한 주막 등이 들어서고 기생이 따라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치안을 위해 주재소가 서기도 했단다.

임자도는 서쪽으로 민어, 병어 어장이 형성되는 부남군도가 있고 북쪽으로 조기로 유명한 칠산바다가 펼쳐져 있다. 특히 전장포는 새우젓으로 유명한데, 이 새우를 따라 병어 민어 숭어 황석어 등이 어획된다. 전장포 주민은 “전장포 바다에서 나오는 병어는 유기물이 많은 뻘을 먹기에 신안 병어 중에서도 특히 맛있다”고 자랑했다.

■꼬들꼬들한 식감 별미

신안의 송도수협공판장에서 판매하는 병어.
병어를 따라 신안군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병어 음식을 맛본다. 병어회 병어구이 병어조림 등이다. 우선 병어회를 맛본다. 뼈가 부드러워 통째로 얇게 썰어 형체대로 접시 위에 담았다. 은빛 병어회가 눈이 부실 정도로 희디희다. 된장을 푹 찍어 한 점 맛본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기가 막힌다. 계속 씹으니 고소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신안에서는 병어회를 먹을 때 꼭 된장으로 먹는다. 짭조름한 집된장을 접시에 두툼하게 퍼 놓고 고소한 참기름 넉넉히 올려 병어회를 찍어 먹는다. 이를 신안 사람들은 ‘병어회는 된장빵’이라며 추켜세운다.

처음 몇 점은 회로 먹다가 곧이어 쌈을 싸서 먹는다. 쌈은 깻잎에 병어회를 집된장에 푹 찍어 마늘 땡초와 함께 신안 양파를 올려 한입 싸 먹는다. 이때 쌈에 밥을 조금 넣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욱 배가 된단다.

박영준 중개인은 “신안에서 병어회 먹을 때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깻잎, 둘째 집된장, 셋째 양파입니다. 이 세 가지로 쌈을 싸 먹어야 신안 병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 신안은 무안과 더불어 국내 양파 최대산지이기도 하지만, 병어회의 달큼함이 양파와 더불어서 맛이 더해진다.

병어조림은 남도를 대표하는 소울 푸드다. 병어가 한 마리 통째로 고스란하게 들어앉았다. 계절에 따라 무나 감자를 편으로 썰어 깔고 병어를 통째 칼집을 넣어 올린다. 그 위에 며칠 된장에 버무려 두었던 얼갈이를 넉넉하게 넣고 칼칼한 양념으로 조리면 달짝지근하면서도 얼큰하고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병어조림이 된다. 고기도 고기지만 국물 또한 근사해서 남도 사람들의 대표 소울 푸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병어구이는 ‘버터 피시’라 불릴 만큼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젓가락으로 살점 한 점 집어 올리니 살이 부드럽게 흩어질 정도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살살 입에서 녹는다. 밥과 먹어도 좋겠지만 고소하고 깊은 감칠맛에 술꾼들 안주로도 안성맞춤이겠다.

부산의 고등어와 같이 신안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숙하고 보편적인 식재료, 병어. 신안 앞바다를 힘차게 돌아들다 남도 사람들 밥상에 오른 병어가 여름철 남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살찌웠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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