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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4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1844~1900)

사는 게 버겁다고?… 니체는 말했다, 인간이라면 극복하라

  • 서부국 서평가·세상관찰자
  •  |   입력 : 2022-07-21 19:01:0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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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유의 문체로 쓴 철학·사상서
- 산 속 고독한 명상했던 주인공
- 속세 돌아와 전한 철학적 사유
- 새로운 인간상 ‘위버멘쉬’ 제시
-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긍정
- 삶의 고난 스스로 이겨내게 해

이렇게 직설 화법으로 자화자찬하는 고전은 드물다. 그것도 최상급이다. 44세 니체가 정신착란을 보이기 한 달 전 탈고한, 마지막 저서인 ‘이 사람을 보라’엔 자기 자랑이 가득하다. 익살 섞은 반어법인가. 이 책 소제목이 이렇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이 세상 모든 걸 전복하려던 니체였다. 그가 볼 때 존 스튜어드 밀은 천박한 두뇌를 가졌다. 이마누엘 칸트는 루소 말대로 재앙을 몰고 오는 거미이며 도덕 광신자라고 비웃었다.
니체와 살로메의 못 이룬 사랑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2016년 개봉한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감독 코둘라 카블리츠 포스트). 니체(알렉산더 쉬어 분) 일행이 노 젓는 보트에서 살로메(카타리나 로렌츠 분)가 호수로 뛰어드는 장면.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에케 호모).” 요한복음 19장을 보면, 로마 총독 빌라도가 자신 앞에 끌려온 예수를 가리키며 라틴어로 외쳤다. 무신론자 니체는 이 표현을 책 제목으로 끌어오며 신을 도발한다. 이 책은 니체 자서전이다. 자작 주요 저서들을 직접 해설도 하니 ‘니체 입문서’로 적격이다. 1888년 44회 생일(10월 15일)에 글 쓰려고 펜을 들었고 다음 달 4일 내려놓았다. 책은 그가 죽은 뒤인 1911년 나왔다. 이 책에서만큼은 니체는 친절하다. 아무도 자신과 자기 저작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확신한다면서 미주알고주알 설명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더 잘 이해하려면 ‘이 책을 보라’.

‘이 사람을 보라’에 그려진 니체 자화상은 이렇다. 디오니소스 제자 가운데 한 사람, 망치로 철학을 하는 자, 인간이 아닌 다이너마이트, 36세에 생명 최저점에 이른 사람, 허무주의 전문가, 한때 바그너 숭배자, 현대인에게 읽히지 않는 자, 삶에 대해 위대한 긍정을 지닌 이, 반그리스도 교도, 부처를 생리학자로 존경하는 사람, 자신 인간성을 자기 극복으로 여긴 철학자.

책 마지막엔 이렇게 썼다. ‘나를 이해했는가? 디오니소스 대(大)십자가에 못 박힌 자….’ 니체 얼굴을 덮었던 안개가 한 겹 걷힌다. 그는 자기 사상을 해설하는 ‘우상의 황혼’에서 힘(권력)에의 의지, 영원 회귀, 가치 전도 같은 개념을 알려준다.

1~4부인 ‘차라투스트라…’를 두고 저자도 자기 저서 중 남다른 자리를 차지한다고 치켜세웠다. “…이 책으로 나는 여태껏 인류가 받은 선물들 가운데 가장 큰 선물을 준 것이다. 수천 년 울릴 소리를 내는 이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 책이며 참다운 높이를 지닌 책이다.” “제5의 복음서” “미래의 성서”라고도 떠받들었다. 명실공히 주저다. 저자는 39세 때인 1883년 1·2부, 이듬해엔 3부, 다다음 해에 4부를 끝냈다. 1~3부는 생전, 4부는 사후에 출간됐다.

절경을 자랑하는 스위스 실바플라나 호숫가에 자리 잡은 ‘니체 바위’는 문학 기행지다. 니체는 1881년 8월 이 바위를 보고 영감을 얻어 ‘차라투스트라는…’를 썼다.
■ 진리 설파하는 아포리즘

이 책을 처음 곧장 읽은 이는 대개 “아이고”라는 탄식으로 독후감을 대신한다. 문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니체가 독특한 문체로 글을 써놨다. 사전지식 없이 읽으면 무슨 소린지 알기 어렵다. 단어 자체는 오히려 평범하다. ‘몰락’ ‘정오’ 같은 단어를 모르는 이는 없으니까. 그 대신 표현이 철학 서적치곤 낯설다. 예언가인 양 미래를 내다보는 문장을 아주 좋아한다. 풍자·비유·은유하고, 경구·잠언을 내세워 진리를 설파하는 아포리즘을 즐겼다. 칸트처럼 체계를 세워 차분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철학·사상서를 문학 필법으로 써놓은 희소한 사례.

“우리는 위대한 정오 즉, 위버멘쉬 출현에 필수인 몰락으로 가는 정점에서 궁극의 의지가 되게 하라.”(1부) “그러나 나는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있기에 그대들의 일을 가볍게 여긴다.”(2부, ‘교양의 나라’) 여기서 ‘짐’은 ‘영원 회귀’ 사상을 지칭한다. 음악 애호가였던 니체에게 원고지는 악보였을까? 글자를 지휘해 운율을 흐르게 한다. 그 운율을 느끼는 독자가 일류다. 대서사시라는 느낌이 팍 올 터이다. 인간과 삶에 초점을 맞춘 사상을 펼쳐 니체는 근대 철학을 현대 철학으로 옮겨 놓았다. 동시에 논란도 불러왔다.

저자는 ‘차라투스트라는…’가 ‘고독에 바치는 송가’랬는데 그 분위기, 1부 머리말 서두에서 물씬 난다. 주인공 차라투스트라(고대 페르시아 현자인 조로아스터의 독일어 이름. 이름만 빌렸을 뿐 내용과는 무관)는 높은 산 동굴에서 깨달음을 얻고 속세로 내려와 그것을 전한다. 새로운 인간상 ‘위버멘쉬(Ubermensch, 극복인)’를 제시하며 이런 인간이 되라고 설파한다. 저자는 ‘최고로 잘된 인간 유형’이라 풀었는데, 직역하면 ‘뛰어넘는 인간’이다. 예전엔 ‘초인’이라고 불렀다. 차라투스트라는 독수리·뱀과 함께 고독을 즐기며 지냈다. 이는 그가 ‘외부와 떨어져 고독이란 심연에서 사는 자 즉, 철학자임을 뜻한다. 어디라도 날아갈 수 있는 독수리는 자유와 용기를, 뱀은 지혜를 상징한다. ‘이 사람을 보라’를 먼저 읽었다면 ‘차라투스트라는…’ 도입부를 이해하기 한결 쉽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로 변신해 이 세상과 인간을 향해 ‘번갯불을 내리치려고’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깨달음을 세상 사람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을 절감하곤 산으로 돌아온다. 그 후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은 과정이 2부에서 이어진다. 3부에서는 삶에 대한 절대 긍정을 가진 니체 사상을 만난다. 4부는 동굴로 찾아오게 한 7명 현자와 대화하며 차라투스트라는 영원 회귀 사상의 정수를 깨닫고 마침내 그것을 인간 세계에 전하기 위해 동굴을 떠난다. 이 책 마지막 장면. 전체 줄거리 흐름을 보면, 1~3부는 독립된 60개 글로 구성돼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4부는 20개 글이 맥락을 잇고, 1~3부를 종합하는 성격이 강하다. 앞선 머리글 역시 핵심 사상을 모아 놓았으니 정독해야 한다.

■ 사람은 밧줄이다

니체는 인간은 뭔가에 기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약하고 허무한 존재라 봤다. 뭔가란 종교 철학 문화 문명 과학 같은 기존 체제와 가치. 인간은 이런 것을 ‘신’으로 받든다. 이 신들은 타도 대상이다. 현세와 삶을 부정해 인간을 모독하고, 노예로 만드니까. 니체는 이 모든 걸 부정하고 뒤집어 버린다. 마르크스만 혁명한 게 아니다. 이것을 자각할 때 “신은 죽었다”를 외치게 된다. “사실, 여러 신은 죽은 지 아주 오래다.” (3부, ‘배신자’).

기댔던 신이 죽은 허무한 세상, 여전히 나약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니체는 ‘위버멘쉬’가 되라고 외친다. 새 인간상은 이렇다. 힘(권력)에의 의지를 실천하는 이, 자신·타인·세상을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자유인)형 인간, 자신과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자,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결단해 스스로 주인이 되는 인간, 자기 입법적 사람…. 이런 세상이 되면 모든 것이 영원히 회귀하고 창조되는데 바로 ‘디오니소스적 세계’다. “보라, 우리는 그대의 가르침을 알고 있다. 만물은 영원히 회귀하고, 우리 자신도 그와 함께 회귀한다는 것을. 또 우리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존재해 왔으며, 만물도 우리와 함께 헤아릴 수 없이 존재해 왔다는 가르침을 알고 있다.” (3부 ‘회복기의 환자’)

위버멘쉬는 운명을 만들고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니체는 그런 자세를 그리스 철학에서 가져온 단어, ‘아모르 파티(Amor Fati, 運命愛)’라 했다. 인간과 삶을 사랑하기, 그 절정은 3부 ‘일곱 개의 봉인’. “내가 두 바다 사이의 높은 산마루를 헤매는 예언적 정신에 가득 차 있는 예언자라면”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니체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병든 심신과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혁명 같은 철학사상을 빚었다. 건강 악화로 1879년 바젤대 교수에서 물러난 뒤 1888년까지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를 떠돌아다녔다. 힘들고 외롭게 살았지만, 이때 주요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니체는 인간이라면 실행하기 벅찬 대사상을 내놓았다. 그 역시 위버멘쉬 사상을 실천하려고 애썼지만, 완결엔 못 이르렀다.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를 잇는 밧줄,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이 세상은 살 만하면서도 버겁다. 자신이 위태로운 ‘곡예사’로 보여 불안해한다. 그럴 때 만년 들어 더욱 고통받았지만 홀로 서려고 안간힘을 다했던 니체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삶엔 계급이 없고, 서로 다를 뿐인데 그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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