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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받이·뽕·변강쇠 낳은 바로 그 곳…명장면 속 흔적 찾을 길 없어

그 장면 여기서 찍었네 부울경 촬영명소 <11> 영화 ‘씨받이’ 등 7편 탄생 울산 보삼마을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22-07-24 19:15:1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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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근 이미숙 임예진 원미경 등
- 7080 최고 배우들 연기했던 곳
-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받은
- ‘씨받이’ 덕에 전국적인 유명세

- 2002년 영화의고향 지정됐지만
- 현재는 기념비와 기념관만 유지
- 적자 영화기념관 존폐 논란 씁쓸

지난 5월 우리는 ‘월드 스타’로 일컬어지던 한 영화배우를 떠나보냈다. 고 강수연. 그는 1987년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씨받이’란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배우로서는 최초였다. 그런데 그에게 월드 스타란 수식어를 붙여준 작품 ‘씨받이’가 산업도시 울산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씨받이’는 울산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보삼마을에서 주요 장면이 촬영됐다.
보삼영화마을기념관 내에 설치돼 있는 옛 보삼마을의 전경사진으로 소담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방종근 기자
■한국 고전영화의 고향 ‘보삼마을’

보삼마을에서는 ‘씨받이’(1986)뿐만 아니라 모두 7편의 고전영화(시대극)가 촬영됐다. 1978년 ‘불’을 시작으로 ‘뽕’(1985), ‘변강쇠’(1986), ‘빨간앵두3’(1987), 일제 강점기 김동인이 쓴 소설이 원작인 ‘감자’(1987), ‘사방지’(1988) 등이다. ‘씨받이’는 보삼마을에서 촬영된 영화 중 역대 세 번째지만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 때문에 사람들은 ‘씨받이’=보삼마을’로 인식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2년 보삼마을을 ‘영화의 고향’으로 지정했다.

2003년 당시 남아있던 보삼마을 초가집.
보삼마을은 촬영 당시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다녀갔다. 고 강수연 씨는 ‘씨받이’와 ‘감자’ 등 2편의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 이대근 씨는 ‘불’ ‘뽕’ ‘변강쇠’ ‘감자’ 등 무려 4개 작품을 촬영했다. 이 밖에도 방희(‘씨받이’, ‘사방지’), 이미숙(‘뽕’), 원미경(‘변강쇠’), 임예진(‘불’) 등 당시로서는 톱스타급 영화배우들이 보삼마을에서 큐 내지는 레디 액션 사인을 받았다.

이처럼 보삼마을은 한국 고전영화 촬영 메카 같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기자가 약 20년 전 기획 시리즈 취재 차(오지마을 사람들 <5> 울산시 삼동면 ‘보쌈마을’, 2003년 10월 7일 자 보도)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허물어질 듯한 초가라도 한두 채 남아 있어서 그나마 고전영화 촬영지라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과 여러 영화가 촬영됐음을 알리는 기념비와 기념관만이 역사를 대변한다.

■정체성·존폐 논란 영화기념관

보삼영화마을기념관. 방종근 기자
이런 점과 함께 유지비 등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은 현재 심각한 존폐 논란에 처했다. 기념관은 2014년 울주군이 8억7000만 원을 들여 건립했다. 2017년 7752명이던 이용객은 2018년 4221명, 2019년 4031명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은 345명에 그쳤고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방문객은 감소하는데 매년 5000여만 원에 달하는 유지비를 들여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부담이다.

촬영된 영화에 대한 정체성 논쟁도 고민거리다. 영화관 내에 소개된 작품 7편 모두 성인물인 데다 포스터 등 관련 전시물도 미성년 자녀와 함께 감상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폐쇄를 주장하는 한 인사는 “세트장이 남은 것도 아니어서 기념관만으로는 정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내부 전시물 등을 보면 마치 ‘에로영화 역사관’ 같다”며 “요즘 대세인 가족이 함께 즐길 곳과는 거리가 멀다. 세금을 낭비하면서까지 보존해야 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꼬집었다.

반면 주민들은 대부분 존치를 원한다. 한 주민은 “어찌 됐든 기념관이야말로 보삼마을의 유일한 상징이다. 기념관이 있기 때문에 마을이 많이 발전했고, 주민도 상당히 늘어났다”며 “그런데도 없앤다면 더 이상 사람들은 보삼마을을 찾지 않을 것이고 발전은 저하될 것이다. 대안을 찾아 기념관을 꼭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반 대립이 격화하자 울주군은 2년 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화관 활용 방안을 공모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기념관 내 전시관과 영화상영관 외에 e-스포츠 콘텐츠 등을 더한 소규모 문화공간 대관 서비스를 추가해 시범 운영해본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미뤄뒀다.

■보삼마을 유래와 가는 길

씨받이 등 1980년대 한국 고전영화를 촬영했을 당시는 옛 산골마을의 모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현대식 시골마을로 변했다. 방종근 기자
보삼(保三)마을 지명은 임진왜란 때 마을 사람들이 세 번이나 난을 피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또 골이 하도 깊어 이곳으로 여인을 보쌈해 와도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뜻으로 ‘보쌈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삼마을은 삼동면과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경계 지점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통도사IC로 내려와 언양 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500여 m 가다가 울산하늘공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이어 500여 m 지나 우회전해 4~5㎞쯤 꼬불꼬불한 아스팔트 길을 가다 보면 하늘공원 조금 못 가서 왼쪽에 보삼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울산이나 양산에서 하늘공원 가는 시내버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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