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스튜디오 바래·英 에콜로직
- 친환경적 새 주거공간 비전 제시

공원을 산책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벤치가 찾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국내 건축 스튜디오 바래(BARE)는 이러한 상상을 탄소중립 시대 미래도시의 한 장면으로 전시장에 구현했다. 이들이 상상한 미래형 공원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은 주사위 모양의 모듈형 유닛 ‘에어리 Air(e)’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로봇 유닛이 나무 그늘을 드리우고 벤치를 만드는 인터랙티브 휴식 공간이다. 에너지는 태양전지 패널을 사용해 탄소중립에 다가섰다.

현대모터스튜디오 ‘해비타트 원’전 작품들. 왼쪽부터 바래의 ‘에어오브블룸’과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포토신테티카워크(포토바이오리액터)’. 현대모터스튜디어 부산 제공

예술가가 상상하는 탄소중립 미래도시의 모습이 부산 수영구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 펼쳐진다.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이 전시장에선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번째 미래세대 ‘제너레이션 원 (Generation One)’을 위한 새로운 거주 환경 비전을 제시하는 ‘해비타트 원(Habitat One)’을 선보인다. 건축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국내 건축 스튜디오 바래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생명공학에 특화된 건축 및 디자인 혁신그룹 에콜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가 참여하며, 각각 2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바래는 공간의 쓰임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환경으로 조성함으로써 사람-사물-기술간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원 자투리 공간마다 벤치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면 그 공간의 가능성은 제한됩니다. 저희가 만든 ‘에어리’는 공간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죠.”(바래 최윤희 건축가)

이들의 또 다른 작품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는 공기막과 결합된 로봇 유닛, 태양전지 패널, 모션센서, 미디어 환경 구축 관련 기술 등 건축적 상상력이 융합된 작품이다. 드론이 장착된 에어리가 세계 어디든 날아가 얼음벽돌을 쌓은 이글루처럼 지속 가능한 ‘셸터’를 짓는다는 아이디어다. 에어리에 달린 쿠션 형태의 공기막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에어백에서 착안했다. “작품들은 미래의 한 모습을 제안한 것일 뿐이에요. 관람객이 자신만의 미래도시를 상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바래 전진홍 건축가)

‘에콜로직스튜디오’는 광합성 작용을 하는 녹조류 알게(Algae)를 주입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트리 원(Tree One)’은 로봇이 3D프린팅한 나무 모양의 바이오 플라스틱 구조 안에 알게를 주입해 실제 나무와 같이 본체에 탄소를 저장하고 대기에 산소를 공급한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나무로서 자연을 상징하는 동시에 AI 설계로 탄생해 바이오-디지털 방식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종류의 기술생명을 나타낸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작품 아이디어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살아 있는 녹조류를 실제 ‘포토 바이오 리액터(Photo-Bioreactor)’에서 직접 배양하고 채취해보거나, 소형으로 제작한 에어리 모형을 가지고 관람객이 상상하는 미래 건축물을 조합해보는 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미래의 지속 가능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가능할지 그 가능성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