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야 산토끼야 어릴 때 부른 노래
가는 길 물었는데 아직도 답이 없이
잔등이 휘어지도록 어찌 그리 바쁜가
고비를 넘고 넘어 저만치 혼자 가네
한 아름 알밤 안고 언제쯤 돌아올까
오는 길 잊었나 보다 노을 벌써 지는데
이 시조는 어릴 적 불렀던 동요 ‘산토끼’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첫수는 ‘산토끼’ 1절, 둘째 수는 2절을 환기시키면 제대로 잘 읽힌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 이일래(1903~1979) 작사, 작곡(1928)
시인은 산토끼에게서 인생의 길을 반추하고 있다. 가볍고 흥겨운 느낌으로 다가온 산토끼가 잔등이 휘어지도록 바쁘다는 글귀에 콧등이 시큰하다. 토끼가 가는 길도 소나무 뿌리가 향하는 길도 인생길도 알밤을 얻기 위해 고비를 넘고 넘는다. 시인은 잔등이 휘어진 산토끼 같은 자신을 살피며 이미 보람이라는 알밤을 얻고도 능청을 떠시는지 모르겠다. 삶의 뒤안길에서 회한도 느껴지지만 한편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인의 감성에 동화되어 숙연해지면서 잠자던 감성이 깨어나는 듯한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