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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비상선언’ 이병헌·송강호

살려야 한다 내 딸, 내 아내…혼돈의 비행기 혼신의 명연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8-09 19:27:2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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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바이러스 테러 다룬 작품
- 전도연 등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

# 탑승객 재혁役 이병헌

- 아픈 딸 치료 위해 함께 하와이행
- 실감나는 공포·두려움 표현 애써
- 360도 회전 세트장 힘겨운 촬영
- 공황장애 경험이 연기에 도움돼

# 형사팀장 인호役 송강호

- 범인 존재 파헤치는 책임감부터
- 재난상황 아내 향한 간절함까지
- 용의자 추격신 촬영땐 부상투혼
- 비행기 속 배우들 고군분투 칭찬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이 함께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영화 ‘비상선언’이 지난 3일 개봉했다.
영화 ‘비상선언’에서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으로 변신, 자신이 비행기에서 실제 겪었던 감정을 이끌어낸 이병헌.(왼쪽) 영화 ‘비상선언’에서 아내가 탑승한 비행기가 테러 당하자 땅에서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은 송강호. BH엔터테인먼트·쇼박스 제공
송강호는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및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의 주역이자 지난 5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수식이 필요없는 한국 대표 배우다. 이병헌도 1990년대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두 배우가 뭉친 영화 ‘비상선언’은 재작년 칸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사상 초유의 항공기 바이러스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테러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다.

이병헌은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으로 변신했으며, 송강호는 아내가 탑승한 비행기가 테러당하자 땅에서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았다. 그래서 ‘비상선언’은 하늘에는 이병헌, 땅에는 송강호가 중심을 지키며 함께 출연한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과 함께 앙상블을 이뤄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특히 전도연은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비상선언’은 칸의 퀸과 킹이 만난 영화이기도 하다. 연출은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맡아 이들을 진두지휘했다.

마치 한국 영화의 올스타전을 보는 듯한 캐스팅에 대해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는 “이런 분들과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라며 “비록 영화 속 공간은 달라 만나는 장면이 많진 않지만 같은 작품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는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흥분됐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병헌도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고 ‘비상선언’의 멀티캐스팅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딸을 지키려는 하늘의 이병헌

사상 초유의 항공기 바이러스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테러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영화 ‘비상선언’. 쇼박스 제공
“처음 이 캐릭터를 감독님한테서 받았을 때 아주 평범한 딸아이의 아빠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병헌은 한 감독의 말대로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재혁이라는 인물은 이 영화 안에서 당황스러움 공포감 두려움 등을 가장 먼저 표현하는 대변인이라고 생각한다. 비행기 탑승 자체에서 이미 공포감을 가지고 있고, 함께 탑승한 딸이 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에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하는 그런 모습이 결국 승객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 자신이 겪고 있는 공황장애가 연기에 도움이 됐음을 밝혔다.

하지만 불안해하던 모습과는 달리 중반 이후 비행공포증을 이겨내고 비행기를 조종하고, 비행기 착륙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인물도 인상적으로 그렸다. 비행기 테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폭탄 테러를 예상하지만 ‘비상선언’은 바이러스 테러를 소재로 한다. 그래서 이들이 탑승한 비행기는 어느 곳에도 착륙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이병헌은 탑승객의 마음을 전달하며 여운을 준다.

이병헌은 공항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장면을 비행기 세트에서 촬영했다. ‘비상선언’ 제작진은 할리우드 세트 제작 업체와 협력해 실제 대형 비행기를 미국에서 공수하고, 비행기의 본체와 부품을 활용해 세트를 지었다. 그리고 이 세트를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짐벌을 제작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이렇게 큰 사이즈의 비행기를 돌린 적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사이즈에 비행기를 계속 360도로 돌린다고 해서 세트 안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게 좀 겁이 나고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긴장감이 연기에 도움이 어느 정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니까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여유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아무튼 대단한 촬영이었다”고 비행기 세트촬영을 회상했다. 이 덕분에 비행기가 급회전하거나 추락할 때 내부 인물들의 모습은 그 어느 영화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병헌은 “사람들의 머리가 하늘로 솟고, 벨트 안 맨 승객이나 승무원이 천장으로 떨어지고 하는 장면은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아내를 지키려는 땅의 송강호

“인호는 테러를 당한 비행기 안에 아내가 있었으니까 더 절박하게 수사를 했을 것이다. 물론 형사팀장이라는 직업의식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간적인 절박함 때문에 더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송강호는 테러범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땅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아내를 살려야 한다는 남편의 마음과 형사로서의 책임감을 함께 표현한다. 그는 “형사 역은 ‘살인의 추억’, ‘하울링’에 이어 세 번째다. 이전에는 형사 본연의 모습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아내가 재난의 중심에 서 있으니까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절박함이 배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며 ‘비상선언’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형사의 모습을 설명했다.

절실함이 강한 인물이기 때문인지 ‘비상선언’의 인호는 도망가는 용의자를 잡기 위해 많이 달려야 했고, 자동차 추돌 사고도 당했다. 송강호는 “자동차 액션은 워낙 안전장치를 다 마련하고 촬영하니까 부상 없이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제가 다친 장면은 진짜 별거 아닌 것이었다”며 “담을 뛰어넘는 장면이었다. 별로 높은 담도 아니었고, 매트리스도 깔아놨는데 방심해서 다리를 다쳤다. 그 장면을 보면 담을 넘고 절뚝거리며 쫓아가는데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고 웃었다. 촬영을 마치고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부상 투혼 덕분에 더욱 리얼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송강호는 자신이 이렇게 힘들게 촬영했기 때문에 비행기 장면의 배우들은 편안하게 촬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행기 세트장에 가보니 지상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더라. 짐벌 위의 비행기 세트가 돌아가고, 촬영진은 몸을 묶어 카메라를 들고 같이 돌더라. 육체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촬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덕분에 비행기 장면이 리얼하면서도 웅장하게 잘 나온 것 같다”며 비행기 장면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인상적인 두 배우의 만남

아마 ‘비상선언’을 보는 많은 관객은 송강호와 이병헌이 스크린에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기대할 것이다. 스포일러이기는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배우의 만남은 마지막에 딱 한 장면이 있다. 그것도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것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다.

송강호는 “둘이 만나지 않고 영화가 끝나는데 병헌 씨가 ‘마지막에 한 번쯤 만나야 되지 않겠냐’며 한 감독한테 아이디어를 내서 생긴 장면이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마지막에라도 한번 보게 된다”며 “대화를 나누지 않고 눈빛으로 서로에게 ‘수고했다. 그리고 감사하다. 고맙다’는 교감을 한다. 병헌 씨의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엔딩 장면에 대한 후일담을 전했다.

엔딩 아이디어를 낸 이병헌은 “비행기 안의 사람들과 지상의 사람들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만나면 어떠냐는 얘기를 하며 몇몇 아이디어를 한 감독에게 드렸다. 한 감독도 그거는 생각해 볼 만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해서 지금의 엔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배우 모두 영화적 재미와 함께 시대적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비상선언’에 대해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며 “영화를 통해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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