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
- 한국인의 친근한 인생멘토 역할
- “지금도 칼럼 기고하고 강연 나서
- 100세 시대 살아가려면 일 하고
- 우리 사회 현실에 관심 가지는 등
- 세 가지 원칙 실천 당부 드린다”
국제아카데미 총원우회(총원우회장 박재복 지원건설 회장) 운영위원회 행사 ‘한여름 밤의 초대’가 부산 남구 문현동 호포갈비 연회장에서 지난 16일 열렸다. 최고의 ‘교류와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은 국제아카데미의 발전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박재복 국제아카데미 총원우회장과 배재한 국제신문 사장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여한 이 행사 명칭은 ‘한여름 밤의 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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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선생이 지난 16일 국제아카데미 총원우회 운영위원회 ‘한여름 밤의 초대’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배움과 교류의 장’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이날 행사를 환하게 빛낸 사람이 있었다. ‘103세 철학자’ ‘시대의 현인’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원로 철학자 김형석 선생이었다.
김형석 철학자는 큰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에서 먼길을 달려와 지혜의 촛불을 밝히는 강연을 들려주었다. 청중은 하나가 되어 103세 철학자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97세가 됐을 때였습니다. 한 매체에서 우리나라에서 문장이 좋은 필자를 꼽는 기획을 했어요. 저도 거기 포함됐더라고요. 뽑힌 분들 면면을 보니 다른 분들은 거의 50대나 60대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저의 문장도 그 나이대 즈음에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왜 뽑혔을까? 문장은 그때가 더 나았을지 몰라도, 사상은 지금이 더 좋은 게 아닐까? 정신은 늙지 않는다, 늙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깨침이 오더군요. 저는 지금도 신문 두 곳에 칼럼을 기고하고 책을 쓰며 강연에도 나섭니다.”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났을 때 “몸이 너무 약해 부모님도 의사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그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해가 1985년이었다. 37년 전이다. 그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약하면서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철학자이자 인생 멘토가 됐다. 그는 여전히 건강한 현역이다. 이날 모인 국제아카데미 총원우회 구성원은 그가 직접 말해주는 비결을 현장에서 듣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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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부산 남구 문현동 호포갈비 연회실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총원우회 운영위원회 ‘한여름 밤의 초대’에서 김형석 선생의 강연이 끝난 뒤 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세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김형석 선생이 몸소 겪고 배우고 실천하면서 ‘검증’한 원칙이다. “첫째는 ‘항상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동안은 늙지 않습니다. 둘째는 ‘일을 하라’입니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셋째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라’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에, 내가 일하는 직장에 관심을 두는 것. 이 세 가지를 당부합니다.”
그의 강연은 구수하고 건강했다. 학자로서 평생 공부해왔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실천해 지혜로 가꿨고, 이를 오랜 세월 발효해 거듭 검증한 것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가 우리 시대 소중한 스타 철학자인 이유다. 이날 강연에서도 그는 끝까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했다. 공부하는 태도를 잃고 자만과 게으름에 빠지거나, 은퇴했다고 무력한 삶의 상태로 들어가거나, 세상과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을 포기한다면 100세 시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조용히 단호하게 말했다. 청중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박재복 총원우회장은 “우리 시대의 스승이신 김형석 선생께 깊은 고마움과 존경을 표한다”며 원로 철학자께 꽃다발을 선사했다. 멋진 ‘한여름 밤의 초대’였다.
▶김형석 선생은
철학자이며 수필가이다. 현재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에서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와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1947년 북한을 빠져나와 남한으로 왔다.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 교사·교감으로 일한 뒤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1985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직했지만, 여전히 철학자로서 글을 쓰고 강연하며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한다. ‘103세 철학자’ ‘우리 시대의 현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철학 개론’ ‘윤리학’ ‘역사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예수’ ‘백세 일기’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의 인생문답’을 비롯해 많은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