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살아가는 정해진 삶이라며
각이 진 모서리를 아프도록 깎아내어
스스로 무릎을 꿇고 두 손 고이 받든다
쟁반은 그릇을 받쳐 드는 데에 쓴다. 요즘은 재질과 모양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나 그중에 작가는 둥근 쟁반에 천착하고 있다. 목쟁반의 제작 과정을 상상해보면 목판을 일정 크기로 잘라서 깎고 파고 다듬어서 만들 것이다. 또한 용도를 떠올려보면 제사를 올리거나 음식을 드릴 때 사용하기에 사람을 받들고, 음식을 받들고, 그것을 담은 쟁반까지를 받들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면 쟁반의 가치는 한결 숭고해진다.
이 시조에서 쟁반은 스스로를 달관한 유기체가 되어 있다. 생명의 원천 앞에 나 쟁반은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고, 두 손 고이 받들지 않을 수 없다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숭고해지는 경지를 쟁반을 통해서 설파하고 있다. 세상은 모난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들도 많고 각이 선 말과 행동도 많다. 무정물인 쟁반 하나가 생명인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