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안부 실화영화 ‘귀향’ 로케이션…인공시설물 없는 들녘 아름다워

그 장면 여기서 찍었네 부울경 촬영명소 <13> 거창 위천면 서덕들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22-08-28 18:32:3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국민후원 펀딩으로 제작비 모금
- 배우 등 재능기부로 영화 완성
- 주인공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
- 일본군에 끌려가는 장면 등 배경

- 금원산·현성산 아래 105㏊ 논
- 전봇대·전선·비닐하우스 등 없어
- 사진작가 발길 이어지는 핫스팟
- 친환경 농법 고수 … 공원도 조성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있는 ‘서덕들’은 한국영화사에 특별한 발자취를 남긴 작품 ‘귀향’의 촬영지다. 일제강점기 위안부의 참상을 고발하고 피해자의 영혼을 달래는 영화 ‘귀향’은 12년의 준비 끝에 스토리 펀딩을 통한 전 국민의 참여와 기부로 완성됐다. 서덕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주인공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위안부로 끌려가는 장면의 배경이었던 만큼 관객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장소다.
거창군 위천면의 서덕들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귀향’의 한 장면. 거창군 제공
■실화 토대 역사의 증거물

2016년 2월 개봉한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제53회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강하나(정민 역) 서미지(영희 역) 최리(은경 역) 씨 등이 출연했다. 특히 ‘귀향’으로 데뷔한 최 씨는 거창 출신이라는 점에서 거창 군민의 관심이 컸다.

영화 줄거리를 보면 1943년 열네 살의 정민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 품을 떠난다. 정민은 또래 아이와 함께 전장 한 가운데서 끔찍한 고통과 함께 버려져,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과거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영옥)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은경)가 함께 과거와 현재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귀향’은 2002년 ‘나눔의 집’ 봉사 활동을 하던 조정래 감독과 강일출 할머니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그림 심리치료를 받던 강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을 본 조 감독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에는 일본군이 한 구덩이에 처녀들을 몰아넣고 불을 질러 학살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조 감독은 생존 할머니를 일일이 찾아가며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조 감독은 유대인 학살 참상을 다룬 ‘쉰들러 리스트’(1993) ‘인생은 아름다워’(1997)처럼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과 고통을 영상으로 기록해 ‘문화적 증거물’로 남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영화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시나리오는 10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전신주와 비닐하우스 등 인공 설치물이 없는 서덕들 전경. 거창군 제공
■국민 응원받아 제작한 영화

투자자를 만나지 못한 시나리오는 잊힐 위기에 놓였지만, 조 감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도전에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두 차례에 걸친 뉴스 펀딩과 유캔 펀딩(사회적 기부 방식 펀딩), ARS 문자 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총 7만5270명의 후원을 받았다. 영화 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12억여 원의 제작비가 모였고, 일본과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배우와 촬영 스태프도 재능기부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원로 배우인 손숙을 비롯해 오지혜 정인기 등 연기파 배우가 재능 기부 의사를 밝혔다. 어린 ‘영희(서미지)’ 역의 현재 역할인 ‘영옥’ 역을 맡은 손숙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노 개런티 출연 의사를 밝혔다. 영화 제작이 마무리되자 조 감독은 2015년 12월 ‘나눔의 집’과 거창군에서 첫 시사회를 했다. 시나리오 구상 이후 12년 만의 결실이었다. 영화는 정식 개봉에 앞서 국내외 도시를 차례로 돌며 감사의 의미를 담은 ‘후원자 시사회’를 진행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배우와 스태프, 국내외 후원자 7만5270명의 명단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10분에 걸쳐 소개돼 영화의 의미를 더한다.

■고향의 품 서덕들

서덕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위안부 피해자들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의 품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고향의 넉넉한 품을 보여주는 서덕들은 인접한 수승대 황산고가마을과 함께 사진작가의 촬영지로 이름난 곳이다.

위천면과 접한 서덕들은 금원산과 현성산 아랫자락에 있는 면적 105㏊의 논으로 축구장 150개 규모다. 조금 넓은 것 빼고는 평범한 논배미지만, 어디나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어야 할 전봇대가 이 들녘에는 보이지 않는다. 흔한 비닐하우스도 없다. 농사용 수로 외 인공 시설물이 없는 들녘이다. 풍경을 해치는 전봇대와 전선이 없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는 물론 사진작가의 발길이 이어진다. 여기에 농법까지 친환경을 고수해 메뚜기와 우렁이 등이 자라는 청정 지역이다.

현재 모습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은 서덕들 주민의 자부심과 열정이다. 2019년 지역 영농조합이 추진한 서덕들 농사용 창고를 막아낸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영농조합이 서덕들 일대에 농사용 창고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은 즉각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반대에 나섰다. 서덕들은 농림 지역으로 분류돼 창고 건립 인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민의 강경한 반대에 영농조합 측은 사업을 포기했다. 거창군은 명성을 잇기 위해 2015년 서덕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서덕공원을 조성해 관광명소로 활용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3. 3“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4. 4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5. 5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6. 6‘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7. 7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8. 8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9. 9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10. 10‘엑스포 경쟁’ 사우디 신공항 건설
  1. 1‘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2. 2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3. 3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4. 4내년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미국 등과 공동주최 합의
  5. 5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6. 6"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으로 관련 예산도 날릴 판"
  7. 7민주당 부산시당 10대 혁신안 발표…'총선 앞으로'
  8. 8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9. 9尹대통령 "오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10. 10국힘 "경제유린에 대한 종식 명령" vs 민주 "법적처벌 무기로 희생강요"
  1. 1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2. 2‘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3. 3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4. 4‘명령서 적시 송달’이 관건…1차 불응 운행정지·2차 면허취소
  5. 5‘극심한 거래 가뭄’… 부산 10월 주택 매매, 전년 동기 대비 61. 3% 줄어
  6. 6레미콘 공급 끊겨 일부 공사장 ‘올스톱’
  7. 7부산~오사카 국제여객선 운항 정상화된다
  8. 8산업생산 30개월 만에 최대 감소…부산 소비 8개월 만에↓
  9. 9화물연대 파업에 품절 주유소 등장, 부울경은 아직 여유 있어
  10. 10싱가포르 지질 분석 기업 SAGL, 명지신도시에 R&D센터 건립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3. 3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4. 4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5. 5“임금합의 해놓고 소송” 택시회사, 노조간부 사기로 고발
  6. 6오늘~모레 한파경보 발효..."아침 체감 -13~-3도, 낮엔 5도"
  7. 7“부산엑스포가 펼칠 인류 공존 프로젝트 동참해달라”
  8. 8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30일
  9. 9창원 성산구 아파트 화재로 1명 중상 주민 27명 대피
  10. 10“유리창 깨지고 간판 날라가” 강풍에 부산 피해 속출
  1. 1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2. 2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3. 3포르투갈 꼭 잡되 이왕이면 다득점으로
  4. 4포르투갈전 이강인 선발 가능성, 김민재 황희찬은 지켜봐야
  5. 5벤치도 화려한 브라질 “네이마르 없어도 16강쯤이야”
  6. 6[조별리그 프리뷰] 메시 vs 레반도프스키…함께 웃거나 한 명만 웃거나
  7. 7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8. 8[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동점골 이후 지나친 흥분 패인…역습 한방에 너무 쉽게 무너져”
  9. 9포르투갈 감독 “한국 이기고 조 1위 목표”
  10. 10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1일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축구를 사랑한 독립운동가 서영해
이병주 타계 30주기…새로 읽는 나림 명작
‘소설·알렉산드리아’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소설로 되살린 장흥 석대들 함성 外
책이 말을 하고 감정이 생긴다면 外
서상균의 그림으로 책 보기 [전체보기]
인간의 순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손수건 /문운동
인형뽑기 /장남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수리남’의 하정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올빼미’ 유해진
‘데시벨’의 김래원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마블도 고전한 비수기 극장가, 아바타 후속작 구원투수 될까
연말까지 잇단 행사…연예계도 대중 안전주의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슈퍼히어로 영화의 황혼
수프와 이데올로기(양영희 감독)…식민지배와 제국주의 경계에 서다
BIFF 리뷰 [전체보기]
‘지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11월 3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11월 2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양자경과 김민경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2년 11월 30일(음력 11월 7일)
오늘의 운세- 2022년 11월 29일(음력 11월 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인 설손의 시
‘고려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