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고백하자면, 좋아하는 걸 그룹이 생겼다. 좋아하는 아이돌에 관해 질문 받으면 고민 없이 ‘아이유’를 꼽았다. 실제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비유하자면 아이유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갖는 미덕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감상해도 ‘오타쿠’(흔히 오덕 또는 십덕으로 표현하는데 딱히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라는 의심을 받지 않는다. 아니, 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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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진스. 뉴진스 인스타그램 |
그러니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일찍이 국민가수 반열에 든 아이유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다. 어떤 경우라도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올해 8월 데뷔하자마자 국내는 물론 해외의 음악챠트까지 휩쓴 걸그룹 뉴진스에 빠지게 된 이유는 우선 그들의 음악에서 K팝(k=pop) 특유의 정신없는 장르 변화 같은 클리셰가 느껴지지 않는 점이었다. 반가운 90년대 흑인음악 같다. 미묘하게 인디 팝의 몽환적 냄새도 느껴진다. 힙합과 뽕짝을 모티브로 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선보이던 ‘프로듀서 250’이 뉴진스의 곡 대부분을 작곡했다. 뉴진스 멤버 5명은 모두 10대다. 그중 막내 혜인은 14살이고 신장이 무려 170㎝이다. 예전 보릿고개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이 땅 청소년들이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는 건 참으로 복된 일이다.
얼마 전 40대 남성 팬이 뉴진스 팬 사인회에 갔다가 사진을 찍혀 여러 커뮤니티에서 혐오와 함께 조롱을 한 몸에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동년배로서 심란했다. 일본 아이돌 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40~60대 남성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떼창을 하며 춤을 따라 하는 생소한 모습을 보고 컬처 쇼크를 받았다. 팬 사인회에 출몰한 이름 모를 그 아재 역시 그런 낯선 존재였는지 모르겠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성별 간, 세대 간을 채우는 건 8할이 혐오인 것 같다. 그중 가장 많은 혐오를 독차지하는 아재들은 분명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뉴진스를 좋아한다. 블랙핑크도 좋고, 아이브도 좋다. 혐오하는 편 보단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좋아하는 편이 백배 낫다는 소신으로 밝히는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