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물·신여철 등 우국충신 등장
뼈에 사무치는 임진·정유 왜란,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를 겪은 조선이다. 이 두 변고와 관련된 인물이 야담에 등장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사실(史實)에 허구가 가미된 내용이 서사에 긴장감을 더한다.
 |
| 야담 속엔 암행어사 이야기도 많은데 단연 박문수가 인기다. 봄날 새벽 과거장 풍경을 그린 김홍도의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 |
김여물(1548~1592)은 임란 때 신립(1546~1592)과 함께 충주 탄금대 전투에서 전사해 뒷날 영의정에 추증됐다. 김여물 집에는 한 종이 엄청나게 밥을 많이 먹어 늘 입길에 올랐다. 미욱한 이 종은 자청해 출전하는 김여물과 함께 탄금대 전장으로 갔다. 주인은 말을 타고 나가 진중에서 싸우다 장렬히 죽었다. 종은 단창 하나를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마침내 주인 시신을 찾아 짊어지고 나와 집안이 장사를 치르게 해 주었다. (권 2, 탄금대에서 시신을 거두다)
신여철(1634~1701)은 기사환국 뒤 남인이 집권하자 대장 자리에서 쫓겨나 재기를 노리던 중 숙종이 인현왕후 민씨를 복위시키려는 모의를 미리 알았다. 그에게 다시 대장 자리가 떨어졌다. 이제 병부를 받으러 대궐에 입궁해야 하는데 자칫하다간 남인이 보낸 자객에 목을 따일 판. 신여철은 벼슬을 얻고자 하는 시골 무변을 불러 잘 대접했다. 입궐할 때 자신이 평소 타는 말을 무장한 무변이 타게 해 앞세우고 집을 나섰다. 관상감 고개에서 매복했던 자객이 무변이 신여철인 줄 알고 독화살을 쏘아 죽였다. 그 사이 신여철은 도망쳐 입궐할 수 있었다. 신여철은 무변을 장사지내고 그 아들에게 군직을 내려 일생을 잘 보내게 해 주었다. (권 4, 시골 무변이 대신 목숨을 바치다)
암행어사 활약도 자주 등장하는데 단연 박문수(1691~1756) 얘기가 많다. 야담 속 박문수는 문장력이 부족해도 시골 선비를 속여 기어이 급제하는, 사실과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당시 민중이 박문수에게 호감을 지녔다는 걸 보여준다. 행주대첩을 이룬 권율(1537~1599), 부장 정충신(1576~1636), 권율의 사위 이항복(1556~1618) 역시 야담 속 스타. 일 잘하면서도 올곧은 고위 관리들로 오늘날 본보기가 된다. 청구야담엔 이런 우국 충신이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