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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다양한 시선들…부조리 고발 등 담아

아시아 영화의 창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9-29 18:47:1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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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을 매개로 전쟁의 상처 그려
- 일본 초고령사회 문제점 조명도

아시아의 중견감독과 신인감독의 다양한 시각과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최근 아시아영화의 주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공중정원
★공중정원(아메드 야신 알 다라지/이라크·이집트·팔레스타인·사우디아라비아·레바논·영국)

‘공중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외곽에 위치한 곳으로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를 쏟아 부어 거대한 언덕들이 생긴 지역이다. 영화는 이곳에서 쓸만한 쓰레기를 모아 파는 일로 살아가는 형제의 모습을 그린다. 동생인 12살 아사드는 미군이 버린 여자 인형을 주워 돈을 받고 남자들의 성적 도구로 활용하게 한다. 형제의 장사가 성황을 이루던 어느 날, 인형을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감독은 여성의 신체 노출을 극단적으로 막는 이라크 사회와 역설적으로 섹스 인형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악취 나는 본능과 상처받은 마음만이 남는다.

★플랜75(하야카와 치에/일본·프랑스·필리핀·카타르)

플랜75
‘플랜 75’의 설정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시행한다.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국가가 나서 안락사를 권장하는 것이다. 의료비와 사회보장 지출 등 노인을 부양하는 비용은 증가하지만 그들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이런 정책을 가능하게 만든다. TV에선 안락사를 선택해서 행복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정부는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에게 마지막 여행과 장례를 지원해준다. 일본 개봉 당시 사회적 이슈로 다뤄진 영화로,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모범생 아논(소라요스 프라파판/태국·싱가포르·프랑스·네덜란드·필리핀)

모범생 아논
새 학기를 맞이한 방콕의 사왓디 고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딴 아논은 학교의 ‘모범 학생’이 되어 교장 선생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지상 목표인 이곳에서 검은 유혹의 손길이 다가오자 갈등하기 시작하는 아논. 한편 학교에서 일어난 체벌 사건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학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태국 사회를 풍자한 단편들을 통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소라요스 프라파판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자조적이되 웃음을 잃지 않는 감독의 스타일이 더욱 유려하게 드러난다.

★자서전(막불 무바락/인도네시아·프랑스·싱가포르·폴란드·필리핀·독일·카타르)

자서전
카리스마 넘치는 군 장성이 퇴역 후 고향에 내려와 선거 출마를 준비한다. 그는 자신의 시중을 드는 라킵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자신이 터득한 세상 이치를 몸소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약육강식의 냉혹한 현실과 권력의 무서움이다. 어느 날 그는 자기 얼굴이 새겨진 선거 포스터가 훼손된 모습에 격분하고, 라킵은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진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토리노 필름랩 등을 거친 막불 무바락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신인답지 않은 묵직한 연출과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비욘드 더 월(바히드 잘릴반드/이란)

비욘드 더 월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혼자 사는 아파트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갑자기 경찰이 집에 찾아오면서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하고 경찰은 도망친 여자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시종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이 영화는 평범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격한 노동자 시위의 현장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경찰에 체포된 여자가 잃어버린 4살 아들을 찾으려 몸부림 치는 사이 차량이 전복되고, 여자는 남자의 아파트에 숨어들어온다. 독창적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구부려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놀라운 영화다.

★리턴 투 서울(데이비 추/프랑스)

리턴 투 서울
프레디(박지민)는 여행차 떠난 일본행 항공편이 태풍으로 항로가 변경되자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된 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게 된다. 언어도, 문화도 낯설지만 나름의 재미를 즐기는 그녀.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를 발견해가는 길은 순탄치 않고, 결국 만나게 된 그녀의 생부(오광록)와도 서로 산더미 같은 감정의 골이 남아 있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이비 추가 한국에서 촬영한 ‘리턴 투 서울’은 정체성 위기, 문화 충돌, 터부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실제 이민자이자 예술가로 활동 중인 박지민의 놀라운 데뷔는 멋진 걸크러쉬 캐릭터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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