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 사진의 진수 ‘블랙 3부작’
- ‘몽유병자’ 등 120여 점 선보여
- 고은사진미술관에선 ‘살롱’전
고은문화재단이 초현실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사진가 랄프 깁슨(Ralph Gibson)의 사진과 철학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했다. 다음 달 1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 37번길에 개관하는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이다. 2007년 설립한 고은사진미술관에 이은 두 번째 문화 구심점으로, 지역 예술 발전과 한국 사진 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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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깁슨의 ‘바다에서의 날들(Days at sea)’.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초현실주의 사진의 선구자’, ‘빛의 사진가’로도 불리는 랄프 깁슨(1939~)은 로버트 프랭크, 윌리엄 클라인으로부터 시작된 20세기 현대사진의 맥락을 잇는 미국의 대표적 사진가다. 무의식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탐구한 몽환적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표현된 시(詩)’와 같다. 랄프 깁슨은 현실의 일부를 기하학적 구성과 절묘한 균형으로 포착해 보는 이를 초현실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재단은 2014년 고은사진미술관이 랄프 깁슨의 회고전을 개최하면서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재단과 랄프 깁슨은 프랑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는 공통점으로 더욱 특별한 사이가 됐다. 프랑스 명예영사인 재단 김형수 이사장과 랄프 깁슨 모두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는데, 문화적 관심사를 바탕으로 이어진 교류는 거장을 기념하는 사진미술관 설립에 이르렀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거장의 초기 작품을 시작으로 최신 작품까지 점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400㎡ 규모로 건립된 미술관은 약 150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그를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몽유병자(The Somnambulist, 1970)’를 비롯해 지난 65년간 작업한 작품 약 1000점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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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깁슨의 ‘몽유병자(The Somnambulist)’.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개관전으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나타내는 초기 대표 컬렉션 ‘블랙 3부작(The Black Trilogy)’을 선보인다. 랄프 깁슨은 30대에 이미 자신만의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했고,이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970년과 1974년 사이에 출판된 블랙 3부작은 세계 사진예술사의 획을 긋는 작품인 동시에 아마추어 사진가에게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몽유병자’ ‘데자뷰’ ‘바다에서의 날들’에 이르는 매혹적인 ‘블랙 3부작’ 120여 점은 빈티지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고은사진미술관에서도 기념전 ‘Salon Litteraire(살롱)’을 동시에 선보인다. 1971년부터 지난해까지 50여 년간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프랑스의 문학과 문화, 철학 등의 영감을 이미지로 표현한 시리즈다. 두 개의 사진이 서로 대응하는 딥틱(한 페이지에 두개의 사진을 나란히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는 서로 충돌하고 전이되며 또 다른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블랙 3부작’을 통해 랄프 깁슨 흑백사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면, ‘Salon Litteraire’은 예술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보여준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은 내년 3월 31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기념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선 다음 달 2일 아티스트 토크와 북사인회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