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돋는 그대 모습
밤새워 골목길을 고즈넉이 지켜내다
이제는 일이 끝난 듯 새벽녘에 잠든다
흔들어 흔들어도 흔들릴 수 없는 나무
가장이란 명목으로 지켜낸 이 터전에
고행도 사랑마저도 등피속에 묻었다
나도 이젠 탈피하여 하나의 등이 되리
기원의 허공에도 뭉게구름 피어나면
지켜 낼 내 끝자리가 별빛처럼 파랗다
빛은 어둠을 밝힌다. 깊은 밤 가로등 아래에 서면 따뜻하고 평온한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시야가 좋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은 가로등 같은 존재다. 물상을 보며 삶을 대비시키고 의인법을 가미한 시인의 통찰력이 놀랍다. 안데르센의 동화 ‘늙은 가로등’에는 오랜 세월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은퇴를 하는 가로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시인은 환한 미소와 밝음을 주는 인생으로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가장의 무게를 덜어내고 더 큰 보람의 별로 떠서 세상의 많은 이를 비출 수 있겠다는 염원까지 아름답게 펼친다. 자기 승화와 공동선 추구 의지를 담은 작품에서 가치로운 삶의 마무리를 배운다.